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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범 범행…'신속한 처벌'이 '강한 처벌'보다 중요"

철없는 소년들 범행 후 바로 경고 줘야 경각심

부산에서 여중생들이 또래를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사건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년범 사건의 경우 성인 사건과 달리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처리될 수 있도록 수사 지침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소년범 사건 고소장이 접수됐을 때 일반 성인사건과 똑같은 기준으로 사건을 취급하고 있다.

고소장이 접수된 지 2달 이내에 사건을 처리하면 되고 때에 따라서는 1개월씩 처리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사는 피해자를 먼저 불러 조사한 뒤 가해자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때 피해자의 소재를 찾을 수 없어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면 사건을 아예 각하시키거나 피해자가 없더라도 진단서가 제출됐다면 예외적으로 가해자 조사를 하기도 한다.

여중생 폭행사건 수사도 이런 지침 아래 진행됐다.

피해 여중생은 지난 1일 있었던 집단 폭행에 앞서 지난 6월 29일 A(14), B(14) 양으로부터 1차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1차 폭행 후 피해 여중생이 일주일간 병원에 있었지만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퇴원 후 피해 여중생을 소환하고 가해 여중생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해도 처리기한 내 사건조사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 여중생이 퇴원한 뒤 가출하면서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할 수 없었고 제출된 진단서도 없자 가해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 사이 피해 여중생은 똑같은 가해자에게 2차 피해를 본 것이다.

소년범 사건은 '신속'하게 처리돼야 재범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소년범의 경우 범행 직후 경찰에서 신속하게 대응하면 '나쁜 짓을 하면 빠르게, 반드시 잡히는구나'하는 각인을 하게 된다"면서 "그런데 잘못을 저지르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집을 왔다 갔다 하고 몇 주가 지나서야 경찰에서 오라고 하면 '범죄해도 별것 아니네'하는 마음이 싹트기 쉬운 나이"라고 말했다.

현행 2개월 내 처리 지침으로는 소년범에게 경각심을 주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소년범들의 처벌이 더 신속하게 이뤄져 몇 주 내로 법원 판결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소년범이 잘못을 저지른 뒤 법원 앞에 서기까지 길면 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철없는 아이들에게는 기다렸다가 처분받으라는 말은 충분한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 강한 처벌보다 때론 빠른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소년범 사건에 증거가 명백한 경우라면 검찰 개입 없이도 법원이 바로 뛰어들어야 하고, 영미법 국가의 경우 사건 처리가 빠른 '다이버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제도가 현재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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