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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 원 탐나 "납치당했다" 자작극…결국 들통난 거짓말

130만 원 탐나 "납치당했다" 자작극…결국 들통난 거짓말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양 모(52)씨는 전북 남원의 한 식당에서 잔심부름을 했습니다.

고맙게도 식당주인 김 모(62)씨는 양 씨의 기구한 처지를 가엽게 여겨 심부름의 대가로 끼니를 해결해줬습니다.

그러다 양 씨는 지난 7월 13일 김 씨로부터 '솔깃한 심부름'을 받고 흑심이 생겼습니다.

김 씨의 신용카드로 근처 은행에서 130만 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은행으로 달려간 그는 현금인출기에서 두둑한 현금을 챙기고 이 돈을 가로채기 위한 자작극을 궁리했습니다.

양 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을 나서고 있는데 험상궂은 남성들이 나를 납치해 장수군의 한 계곡으로 끌고 왔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러고서 '이 사람들이 나를 무지막지하게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김 씨는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고 양 씨를 구출하기 위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경찰은 은행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통신수사 기법을 동원했습니다.

그런데 수상했습니다.

장수군으로 끌려갔다던 양 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위치가 전남 순천으로 확인됐습니다.

CCTV 상에서 양 씨를 끌고 간 남성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택시를 타고 구례에서 순천을 지나 여수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납치 신고에 경찰 가용 인력이 모두 동원됐지만, 수사 개시 3시간여 만에 자작극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양 씨와 접촉할 방법이 없어 그의 자택과 식당 주변 등을 탐문했습니다.

그러다 양 씨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행방이 묘연했던 그는 이튿날 새벽 경찰서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왔습니다.

다급하게 경찰을 붙들더니 '나 좀 살려달라. 호텔에 감금돼 있다가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이미 자작극임을 눈치챈 경찰은 양 씨를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하다가 은근슬쩍 사건 당시 행적을 캐물으며 추궁했습니다.

그는 펄쩍 뛰며 오히려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에게 항의했습니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도 양 씨는 '왜 나를 납치하고 폭행한 사람들을 잡지 않느냐. 왜 되려 나를 의심하느냐'고 수차례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경찰은 양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숱한 증거에도 양 씨는 '자작극을 벌이지 않았고 실제 남성들에게 돈을 빼앗겼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사 결과 양 씨는 절도와 횡령 사건으로 경찰서 문턱을 19번이나 넘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남원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횡령 혐의로 양 씨를 구속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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