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경비 아끼려다 사고 났나…방폭등에 방폭기능 없어

지난달 20일 발생한 STX조선해양 폭발사고와 관련해 원청인 STX조선해양이 무리하게 경비 절감을 해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해경 수사본부는 오늘(5일)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한 잔유보관 탱크에 설치된 방폭등 4개는 모두 방폭 기능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해경은 방폭등의 전구가 가연성 가스로부터 차단되기 위해서는 방폭 역할을 하는 글라스, 그리고 그것을 봉합·밀폐하는 오링과 패킹을 제대로 설치해야 하는데 탱크 안 방폭등에는 방폭 기능이 있는 글라스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경은 STX조선해양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방폭 역할을 하는 부품인 글라스를 교체하면서 방폭기능이 없는 일반 글라스를 설치했다고 말했습니다.

해경에 따르면 방폭 성능이 없는 글라스는 1만 8천원대며, 방폭 성능이 있는 글라스는 2∼3배 비싼 3만6천원에서 5만4천원대입니다.

해경은 방폭등의 경우 조명이 일정 조도가 나오지 않는 등 어두워지거나 글라스가 더러워지면 수시로 부품을 교체하는데, 이 과정에서 글라스를 방폭기능이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글라스는 깨지면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향하지만, 방폭 기능이 있는 등은 깨지거나 파손될 경우에는 자동차 유리가 깨지듯 파편이 서로 붙은 채로 깨지게 됩니다.

또 수사본부는 사고가 발생한 탱크에 설치된 공기 배기·흡입관 등 환기시설의 수가 기준보다 부족했다고 밝혔습니다.

해경은 공기 배기·흡입관의 수량이 STX조선해양 자체 작업표준서에서 명시된 것의 절반 수준인 배기관 2개, 흡입관 1개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작업표준서에는 사고가 발생한 탱크의 경우 배기관 4개, 흡입관 2개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었다고 해경을 덧붙였습니다.

해경은 페인트 회사 관계자, 페인트 전문가 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탱크의 공기 배기·흡입관은 실제 기준의 절반만 설치돼 유기화학물질이 고농도로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사본부는 애초에 작업 당시 설치된 환기시설로는 제대로 된 환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STX조선해양에서는 지난달 20일 오전 11시 37분쯤 건조 중이던 석유화학제품 운반선 안 잔유 보관 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안에서 도장작업을 하던 4명이 숨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