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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이 눈앞인데"…멧돼지 발자국에 파헤쳐진 '농심'



"밤새 멧돼지들이 내려와 고구마를 다 뒤집고 파먹었네."

30일 오전 강원 춘천시 사북면 지암리의 농부 최태봉(74)씨는 쑥대밭이 된 밭을 보며 한숨이다.

실제로 밭과 논두렁에는 멧돼지와 고라니 발자국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무·배추를 새로 심은 밭 주위에는 피해를 막기 위한 그물망이 길게 둘렸다.

야생동물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최씨 뿐만 아니다.

이만구(61) 지암리 이장은 "8월 들어 야생동물이 경작지를 헤집은 피해가 옥수수가 약 1천212㎡(4천여 평)에 이른다"며 "무·배추도 약 606㎡(2천여 평), 고구마 303㎡(1천여 평)도 쑥대밭이 됐다"고 울상이다.

멧돼지가 고구마를 싹 쓸어 먹고, 고라니는 무·배추를 다 잘라먹은 것이다.

옥수수마저 까마귀가 다 쪼아먹은 탓에 한해 농사는 '빈손'이다.

농민 김춘남(75)씨는 "많을 때는 어미에 새끼까지 예닐곱 마리 멧돼지떼가 내려온 적도 있다"며 "천적이 없는 멧돼지가 계속 번식하면 내년 농사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 내 야생동물 피해는 매년 증가 추세다.

강원도에 따르면 야생동물에 따른 농작물 피해는 2014년 3천837건에서 2015년 3천989건, 2016년 6천220건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고 먹잇감이 부족해 야생동물이 민가 주변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라는 게 농민들 주장이다.

야생동물 피해와 함께 농민들의 포획 요청도 증가해 야생동물 포획 수도 크게 늘었다.

2014년 1만5천951마리에서 2015년 1만7천882마리, 2016년 2만6천651마리 등 증가하고 있다.

농민들은 가을 수확 철을 앞두고 야생동물로 인한 경작지 피해를 줄이려면 적극적인 포획이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군마다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고자 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운영하지만, 신속한 대처가 힘든 실정이다.

피해 농민이 읍·면·동 사무소에 신고하면 관계자가 피해를 확인 후 방지단에 포획 승인 허가를 내리는 절차를 거쳐야 해 빠른 대처가 힘든 까닭이다.

지자체 관계자는 "피해 방지단은 법적으로 30명까지만 운영 가능해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전기 울타리, 방조망 등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를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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