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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20명, DNA 감식으로 결백 증명"…美 프리드먼 변호사

"사형수 20명, DNA 감식으로 결백 증명"…美 프리드먼 변호사
지난 1992년 5월 미국 미시시피 주 낙서비 카운티의 한 연못 수면 위로 3살짜리 여자아이의 시체가 떠올랐습니다.

이 여자아이의 시신은 이틀 전 인근 주택에서 실종됐던 크리스틴으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크리스틴 생모의 남자친구였던 흑인 남성 케네디 브루어를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법정에 출석한 치과의사는 시체에서 발견된 조그마한 치아 자국 19개가 모두 브루어의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브루어는 결백을 호소했지만, 법원은 1995년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브루어는 12년이 지난 2007년 살인 누명을 벗고 당당히 교도소 문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브루어가 석방된 것은 DNA 감식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감자의 결백을 증명해주는 미국 비영리단체 '이너슨스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IP)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IP 소속 변호사들은 2001년 브루어의 요청으로 시체에서 발견된 남성의 DNA가 다른 사람임을 입증했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앞에 진범은 추가 범죄 혐의까지 자백했습니다.

검찰도 브루어의 무죄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IP의 수전 프리드먼(Susan Friedman) 변호사는 오늘(30일) 한국 언론과 만나 "지금까지 수감자 351명의 무죄를 밝혀냈는데 이 가운데 20명이 사형수였다. 진범도 150명을 밝혀냈다"고 IP의 성과를 소개했습니다.

방한한 프리드먼 변호사는 대검찰청이 개최한 세계적 학술대회 '국제 법유전학회'(ISFG) 총회에서 이 같은 IP 활동을 발표합니다.

그는 "결백을 증명하는 일은 감정이 소모되는 힘든 작업"이라며 "결백을 주장하는 수감자의 DNA 증거를 찾지 못해 답을 얻지 못하고 사건이 종료될 때 힘들고 화나지만, 수감자가 무죄를 인정받아 석방되는 날은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맡은 IP는 전국 교도소에서 결백을 주장하는 편지를 매달 평균 220건씩 받습니다.

이 가운데 소속 변호사들이 자료를 검토해 신빙성이 있는 사건을 골라 DNA 증거 찾기에 나섭니다.

과학수사란 개념이 없었던 수십 년 전 사건이 대부분인 만큼 검찰·법원 창고 등에 산재한 증거를 확보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들의 과오를 들추는 것을 꺼리는 검찰을 상대로 증거물 확보 소송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어렵게 확보한 DNA 증거는 외부 연구소에 감식을 맡깁니다.

2015년 기준으로 감식을 거친 수감자의 약 43%가 실제 무죄로 판명 났습니다.

프리드먼 변호사는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증인의 착각으로 수사와 재판이 잘못되는 비중이 71%로 가장 많다"면서 "과학수사 기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오래된 기법으로 엉뚱한 결론을 내는 사례도 45%"라고 설명했습니다.

IP는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의 사법시스템의 허점을 메우는 입법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수감자를 상대로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제도는 미국 50개 주에 규정이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DNA 증거를 보존토록 하는 제도가 갖춰진 곳도 23개 주에 그칩니다.

프리드먼 변호사는 "조사 전 과정 녹음도 IP가 추진하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 법유전학회 서울총회는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됩니다.

프리드먼 변호사의 발표는 다음달 1일 오후 2시 30분 예정돼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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