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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칼럼]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연예칼럼]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난데없이 이게 무슨 말이냐고? 애초부터 이들이 함께 놓고 비교할 대상이 되기나 하냐고 말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퇴근길에 이번 주 토요일(9월 2일)에 있을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에 방탄소년단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마징가 제트와 로버트 태권V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에 '웃기도 유치한 말'이라며 정색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나는데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이 질문을 지금 한 번 해본다.

팬덤만 놓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물론 필드가 다르고 시대가 다르고 이들을 접하는 매체도 달랐던 점 등은 전제로 한다.
가수 서태지
서태지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팬덤'과 '컴백'이라는 단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사실 시작은 서태지가 등장하기 전인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 부대가 팬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조용필의 오빠 부대에서 시작된 팬덤은 1990년대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서태지의 팬클럽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한 장의 앨범을 내고 그다음 앨범을 내기까지 약 1년 남짓 공백기가 있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의 근황이나 사진을 계속 볼 수 있는 시기도 아니었다. 따라서 그 기다림은 팬들에게는 너무나 길었다. 그 기다림 끝에 '컴백'한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이때부터 '컴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또 활동할 때 외에는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고 활동하는 동안에도 사생활 노출이 거의 없어 '신비주의 전략'이라는 말도 이때 나왔다.

서태지 팬덤 규모는 정확한 집계가 나와 있지 않지만 2010년 서태지닷컴 회원 수가 약 30만 정도였던 기록이 있다. 2008년 4년 7개월 만에 '아토모스 파트 모아이'를 발표하고 컴백했을 당시 15분짜리 게릴라 콘서트를 보기 위해 29시간을 기다리는 변함없이 강력한 팬덤도 화제가 됐다.

서태지 팬덤은 이제 서태지의 공연을 찾고 음반을 사서 듣고 그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것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도 관심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서태지와 팬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 기록한 디지털 기록 보관소를 오픈했고 브라질 과피아수 지역에 서태지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또 서태지의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자선 단체에 기부를 하는 등 서태지 팬덤의 움직임은 올바른 길을 찾아가려는 팬덤의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가수 방탄소년단
90년대 서태지가 팬덤의 꽃을 피웠다면 현재 가장 뜨거운 팬덤을 자랑하는 그룹은 방탄소년단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200에 4개 앨범 연속 진입 기록을 세웠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K팝 그룹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이었다.

이 부문 수상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빌보드의 여러 가지 수상 부문 중 가장 미래지향적이며 화제성이 높은 상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각종 SNS에서 얼마나 화제가 되느냐가 미국 내 음악 산업에서 가장 '핫'한 존재로서의 척도 역할을 하는 가운데 방탄소년단이 이 상을 수상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글로벌 소셜 스타로서의 위치와 영향력을 인정받은 셈이 됐다. 방탄소년단이 미국과 전 세계 10, 20대 팬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은 다방면으로 활동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큰 동력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 공식 팬카페 회원 수는 60만 명에 달한다. 공식 집계된 것만 이 정도이고, 실제 팬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광범위하다.

방탄소년단은 성숙한 팬 문화를 이끄는 팬덤으로도 유명하다. 멤버들의 생일에 기부를 하는 기부 문화는 물론 올해 초 방탄소년단 팬미팅 후 팬미팅이 열렸던 인근이 사람이 지나간 자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 조각의 쓰레기도 없을 만큼 말끔하게 청소가 돼 있던 것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에서는 서태지에서 시작해 방탄소년단으로 이어지는 팬덤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한 관계자는 "서태지가 팬덤 문화를 이끈 1세대라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서태지 팬덤은 무척 많은 팬덤 문화를 정착시키고 질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세대가 서태지였다면 2세대 H.O.T, 젝스키스를 지나 3세대 동방신기, 4세대 팬덤 문화로 방탄소년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4세대 방탄소년단이 다른 것은 글로벌 팬덤이 기반이 된 팬덤이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팬덤 문화도 세대를 거치면서 기부나 글로벌 문제에 관심을 갖는 등 보다 성숙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팬덤 문화의 스승인 서태지 팬덤과 현재 가장 뜨거운 팬덤이 만나는 자리다. 팬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팬덤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 같다. 25년이 넘게 이런 팬덤을 유지하는 서태지도 대단하고 그런 서태지가 방탄소년단이 걸어갈 미래의 한 모습이기도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팬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다니…. 갈수록 무대 이상으로 서태지와 방탄소년단 공연의 객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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