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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도시 숲의 가치는 얼마?…1인당 매년 4만 원 혜택

[취재파일] 도시 숲의 가치는 얼마?…1인당 매년 4만 원 혜택
푸른 숲을 보면 일단 마음부터 편해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숲이 아니어도 좋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빌딩 사이의 작은 숲도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도심 속의 숲은 사막의 오아시스다. 마음의 위로뿐 아니라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해 쉴 수 있게 해주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을 오감으로 느끼게 해준다. 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인간의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 주는 산소 공장이다. 열섬효과를 누그러뜨려 도시 기온을 떨어뜨리는 역할도 한다. 미세먼지(PM10)나 초미세먼지(PM2.5), 질소산화물(NO2), 황산화물(SO2) 같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공기 청정기 역할도 한다. 증산작용을 통해 공기 중에 수분을 공급해 메마른 공기를 달래주기도 한다.

이처럼 도시를 보다 편안하고 깨끗하고 즐겁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는 도시 숲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수치로 값을 매길 수 있을까?  미국과 이탈리아 공동 연구팀이 인구가 1천만 명 이상인 중국의 베이징,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영국 런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멕시코 멕시코시티,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 뭄바이,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10개 거대 도시(megacity)를 대상으로 도시의 숲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산출했다(Endreny et al., 2017).

연구팀은 거대 도시에 있는 숲의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각 도시의 인구와 면적, 숲의 면적, 사람들의 구매력, 연평균 먼지(부유분진) 농도,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농도, 연중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기간, 식생 형태, 강수량, 평균 기온, 전기 사용량, 에너지 사용량 등 다양한 변수를 이용 했다.

특히 1제곱킬로미터 면적의 숲이 공기 중에 있는 일산화탄소(CO)와 오존,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효과,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제거하는 능력, 열섬효과를 억제해 에너지를 절약하게 되는 정도, 에너지 사용 감소로 줄어들게 되는 탄소배출량, 빗물을 흡수하고 처리해 주는 효과 등 도시 숲의 혜택 하나하나를 각 거대 도시의 경제 수준을 고려해 가치로 환산했다.

환산결과 각 거대 도시가 숲으로부터 받는 혜택은 1년에 총 5억 500만 달러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도시가 우리 돈으로 매년 약 5천700억 원 정도의 숲의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도시 숲 1제곱킬로미터가 주는 혜택으로 환산할 경우 96만 7천 달러, 우리 돈으로는 숲 1제곱킬로미터 당 10억 9천만 원 정도의 혜택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숲이 주는 혜택을 거대 도시에 사는 인구수로 나눌 경우 1인 당 매년 35달러, 1인당 매년 약 4만 원 정도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시 숲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도시 숲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시민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베풀고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공원 들꽃마루
숲의 혜택을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숲이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가장 커 각 도시별로 평균 4억 8200만 달러(약 5천 4백억 원)의 혜택이 있었고 이어 빗물을 대신 처리해 주는 혜택이 1천130만 달러, 이산화탄소를 잡아두는 효과가 790만 달러, 빌딩 냉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가 120만 달러,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효과 10만 7천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도시 전체 면적 가운데 숲의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모스크바가 36%로 가장 컸고, 카이로가 8.1%로 가장 작았다. 평균적으로 20.9% 정도 됐다. 또 추가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도 로스앤젤레스가 전체 도시 면적의 24%나 돼 가장 컸고 가장 작은 카이로도 15.6%는 여유 공간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꼼꼼하게 따져서 추가로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에 나무를 심을 경우 도시 숲의 면적을 지금보다 85%는 넓힐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숲이 주는 혜택을 지금보다 평균 85%는 더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도 인구가 1천만이 넘는 거대 도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서울이 이번 연구 대상 도시에서 빠져 있어 서울 도시 숲이 시민에게 주는 혜택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림청이 2016년에 발간한 2015년 말 현재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를 보면 서울의 총 도시림은 1만 3천 254헥타르로 전체 도시면적의 21.9%가 숲이다. 도시 숲의 비율이 연구 대상 거대 도시의 평균 20.9%와 비슷하다. 서울 역시 전 세계 다른 거대 도시와 마찬가지로 숲의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고 평균적으로 볼 때 1인당 매년 4만 원 정도씩 혜택을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은 조금 더 뜯어 봐야 할 것이 있다. 서울은 현재 도로가나 하천변,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유원지 등 평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역 즉, 생활권에 숲이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9제곱미터다. 런던은 27, 뉴욕 23, 파리는 13제곱미터나 되지만 2015년 말 현재 서울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5.35제곱미터에 불과하다(자료 산림청). 선진국 거대 도시와 비교할 때 도시 주변 산까지 포함하면 도시 숲의 비율에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도심에는 나무가 없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빌딩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숲이 주는 다양하고 무한한 혜택을 생활 속에서 누리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국립공원도 중요하지만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권에 있는 숲이 매우 중요하다. 도로가나 하천변, 근린공원, 폐 도로, 폐 철길 같은 공공용지 뿐 아니라 건물 옥상이나 학교, 방치되고 있는 곳곳의 자투리땅까지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은 주변에 많이 있다. 우리도 도시 숲에 대해 조금 만 더 신경을 쓰면 논문에서 지적했듯이 숲의 혜택을 지금보다 배 가까이 늘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고문헌>

* T. Endreny, R. Santagata, A. Perna, C. De Stefano, R.F. Rallo, S. Ulgiati. Implementing and managing urban forests: A much needed conservation strategy to increase ecosystem services and urban wellbeing. Ecological Modelling, 2017; 360: 328 DOI: 10.1016/j.ecolmodel.2017.07.016

* 산림청, 2016: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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