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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칼럼] "악의적 마녀사냥vs관객의 눈"…평점 테러의 두 얼굴

[연예칼럼] "악의적 마녀사냥vs관객의 눈"…평점 테러의 두 얼굴
충무로에 '평점 테러 주의보'가 내려졌다. '평점 테러'는 영화 관람 여부와 상관없이 고의로 악평을 남기고 평점란에 최하점인 1점을 매기는 행위를 말한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영화들이 속출하면서 예비 관객들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던 영화 평점은 흥행의 '걸림돌' 혹은 '원흉'으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한 편의 영화가 제작을 마치고 개봉해 상영하는 기간에는 크고 작은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 그 때문에 흥행을 예상했던 영화가 실패하기도 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터지기도 한다.

개봉 영화는 많고 스크린 회전은 빠른 국내 극장 환경에서 개봉 초반 관객몰이는 흥행의 필수 조건이다. 평점 테러는 개봉 초기 광풍처럼 벌어지기 때문에 미리 대비할 수도, 쉽게 진화하기 어려운 악재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최근 평점 테러로 흥행에 직격타를 맞은 감독과 배우, 투자배급사들은 '노이로제' 에 걸릴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평점 테러는 악의적 마녀사냥일까. 관객의 냉정한 눈일까. 최근 영화계 화두로 떠오른 평점 테러의 두 얼굴을 조명해봤다.    
평점
● '불한당'→'군함도'→'브이아이피'로 이어진 1점 세례

'불한당', '군함도', '브이아이피'. 소재도 장르도 다른 세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평점 테러로 홍역을 앓았다는 것이다. 모두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기세 좋게 출발했지만, 평점 테러로 울상을 지었다. 상승 곡선을 타야 할 첫 주 주말에 1위 자리를 내주거나, 관객 수가 급락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영화 평점을 확인할 수 있는 데는 크게 두 곳이다. 현대인들의 정보 창구 기능을 하는 포털 사이트 영화란과 티켓 예매가 이뤄지는 멀티플렉스 3사의 평점란이다. 평점 테러가 행해지는 대표적인 공간은 포털 사이트 영화란이다. 70% 이상의 예비 관객이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영화 정보를 입수하는 시대다. 그중에서도 영화 평점란은 작품성과 재미를 예측하는 '미리 보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영화 평점란은 네티즌, 관람객, 평론가 세 영역이 있다. 다음은 네티즌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평점 테러가 벌어지는 곳은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관객도 쓸 수 있는 네티즌 평점란이다. 평점으로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 한줄평으로 후기란 역할도 톡톡히 한다. 
군함도
'군함도'는 평점 테러로 몸살을 앓은 대표적인 영화. 657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채우지 못한채 종영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는 전체 5만 1,385개의 네티즌 평점(네이버 기준)이 달렸다. 이중 개봉 당일에만 1만 399개가 쏟아졌다. 최하점인 1점은 39%를 차지했다. 개봉일 1만 개가 넘는 평점이 달리는 것도 이례적인 데다가 최하점이 40%에 육박한 것은 드문 일이었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특정 집단의 조직적인 테러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봉 전 새벽부터 1점 테러가 집중됐고, 극우 단체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평점 테러 독려 문자도 포착됐다. 그러나 심증만 있을 뿐 확실한 출처를 밝히지는 못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1위작인 '브이아이피'도 평점 테러로 곤욕을 앓고 있다. 개봉 이튿날인 지난 24일부터 평점 테러로 의심되는 '1점 행렬이 이어졌다. 현재까지 9,018명이 네티즌 평점을 남긴 가운데 1점은 33%에 달한다.

과거에도 평점 테러라 불리는 현상은 종종 있었다. 예전에는 잠시 지나가는 해프닝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집단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영화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한두 명이 1점과 악평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악평을 남긴다. 게다가 영화에 대한 논란과 루머에 대해 사실 확인이 되지 않았는데도 기정사실화 해 정보를 퍼트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또한 "평점 테러가 일어나면 그 공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 악평 세례로 이어진다. 게다가 요즘은 이러한 이슈들이 가십성 기사로 이슈화되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 악의적 테러vs관객의 눈…호불호는 자유

평점을 참고로 영화를 선택하는 잠재 관객에게 평점은 영화를 '볼지, 말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다 보니 영화 관계자들은 개봉 후의 평점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 평점 테러로 타격을 입은 영화들이 늘면서 예전보다 더욱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CJ 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평점은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의 '원 오브 뎀'이라고 생각 할수도 있지만,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고, 홍보하는 입장에서는 개봉 초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눈에 보이는 스코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잠재 관객의 유입이 끊기는 보이지 않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세 편의 영화가 평점 테러를 당한 것은 작품의 호불호 탓도 있지만, 발단이 된 이슈도 있었다. '불한당'은 감독의 SNS논란, '군함도'는 독과점과 역사 왜곡 논란, '브이아이피'는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브이아이피
이를 두고 평점 테러의 원인이 내부적 요인 즉 작품에 대한 실망감 탓인지, 외부적 요인인 각종 논란으로 인한 거부감으로 봐야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관객 혹은 네티즌이 특정 영화에 대해 1점을 매기는 행위를 싸잡아 '테러'라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를 보고 개인의 잣대에 따라 최하점을 매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영화평론가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관객의 1점이 악의적 '테러'가 아닌 냉정한 '시각'이라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차이다. 무엇보다 관객은 유료로 영화를 즐기는 소비자로서 자유롭게 평가할 권리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극장의 평점란은 실 관람객이 작성하도록 돼있지만 포털 사이트의 네티즌 평점란의 경우 영화를 보지 않고서도 참여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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