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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서는 흐릿한 CCTV뿐'…밤샘 근무로 뺑소니범 검거한 경찰

'단서는 흐릿한 CCTV뿐'…밤샘 근무로 뺑소니범 검거한 경찰
"도로에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는데 사람이 많이 다친 것 같아요.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큰일 났어요."

전북 군산경찰서 문예준 경위와 조남권 경사가 이 신고를 받은 것은 지난 25일 오후 7시 49분쯤.

땅거미가 질 무렵 군산 산북동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오토바이 운전자 정모(29)씨는 왕복 6차로 한복판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

도로 곳곳에서는 오토바이가 급제동할 때 생기는 타이어 자국(스키드마크, Skid mark)이 발견됐다.

문 경위와 조 경사는 처음 현장에 도착했을 때 단독 사고로 판단했다.

오토바이가 무언가와 부딪힌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현장에 머무른 두 경찰관은 무언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게 뻗은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가 급제동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뇌리를 스쳤다.

현장에서 100m 넘게 떨어진 방범용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문 경위와 조 경사는 그제야 정씨가 도로에 쓰러진 이유를 알게 됐다.

오토바이가 쓰러지기 전 마주 오던 한 트럭이 갑자기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장면이 CCTV에 담겨 있었다.

두 차량은 충돌하지 않았지만 이에 놀란 정씨가 급제동을 하다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문 경위와 조 경사는 흐릿한 영상을 단서로 일대 주유소와 주차장 CCTV를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사고 시각 운행한 차량의 이동 경로를 밤새도록 분석한 결과, 김모(75)씨의 트럭이 사고 현장을 지난 사실을 밝혀냈다.

단독 사고로 묻힐뻔한 뺑소니 교통사고 전말이 두 경찰관의 밤샘 노력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라 신호에 맞춰 지나갔다. 앞에서 오는 오토바이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경위는 "비록 접촉이 없는 사고라 하더라도 자신의 차량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드시 구호조치를 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으면 뺑소니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정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산경찰서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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