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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사제폭탄으로 미얀마에 저항한 로힝야…테러인가 자위인가?

"막대기와 칼로 무장한 500여 명의 극단주의 테러범들이 타야곤 마을을 에워쌌다. 보안군이 이들을 해산시키려 2차례 발포했지만, 결국 그들은 난타타웅 마을과 사원을 파괴했다. 타웅표렛웨 마을에서는 소형 화기와 막대기, 단검, 창을 손에 든 200여 명의 극단주의 테러범이 보안군을 상대로 매복 공격을 가했다. 느와욘타웅 마을에서는 정부군이 테러범들과 교전을 벌였다. 테러범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사제폭탄을 터뜨린 뒤 달아났다"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미얀마 정부와 군부를 대변하는 관영 일간지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가 28일 자에서 소개한 서부 라카인주 로힝야족 거주지역의 최근 교전 상황입니다.

신문은 최근 경찰초소 습격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테러단체'로 규정했다는 반테러위원회의 공고문과 함께 '테러범들이 마웅토를 파괴한다'며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또 신문은 막대기와 칼을 든 군중, 불에 탄 마을과 차량, 소총으로 무장한 채 풀밭에 둘러앉은 남성들, 교전 후 압수했다는 건축 자재 및 기구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구호식품 등의 사진도 증거로 공개했습니다.

미얀마 정부측 발표에 따르면 지난 25일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수백명의 테러범들이 30여 개 경찰초소를 습격하고 군 기지 침투도 시도했습니다.

이후 토벌작전에 나선 미얀마군이 반군과 교전을 벌이면서 10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80여 명은 정부 측이 테러범으로 규정한 반란군이었고, 군경 사망자는 12명, 나머지는 민간인과 이민국 직원 등입니다.

또 양측의 충돌을 피하려는 난민도 급증했습니다.

이미 2천여 명의 로힝야족 주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고 방글라데시 당국의 불허로 국경지대에 발이 묶인 난민도 1천 명에 달합니다.

힌두교도 등 4천여 명이 정부군의 도움으로 교전 지역을 벗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정부군이 피란길에 오른 로힝야족 민간인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고 박격포탄을 퍼부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민간인을 겨냥한 사격에 대해 아직 정부 측은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얀마군 소식통은 민간인들이 반군에 섞여 저항하고 있어 구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라카인주의 한 군 소식통은 로이터 통신에 "모든 마을주민이 반란군이 됐다. 마치 폭동꾼처럼 행동한다"며 "그들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 중 누가 반란세력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살육과 피란 행렬 속에 최고 실권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는 일방적으로 반란군을 성토하고 있습니다.

수치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경찰초소 습격사건을 "테러범들에 의한 잔혹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규탄했습니다.

또 수치의 국가자문역실은 27일에는 "라카인주 북부의 테러범들이 교전 지역에 갇힌 6명의 힌두교도 일가족을 사살하는 등 민간인을 겨낭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국가자문역실은 "일부 언론인 테러범들을 '테러범'이 아닌 '반란군'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테러집단을 지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테러란 특정 목적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살인, 납치, 유괴, 저격, 약탈 등 다양한 방법의 폭력을 통해 사회적 공포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교전 지역에 언론과 구호단체 등의 접근을 철저하게 차단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발표 내용을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또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ARSA는 자신들이 미얀마군의 잔혹 행위로부터 로힝야족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개념의 행동에 나선 것이며, 오히려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이런 엇갈리는 주장 속에 집권 초기 국방, 내무, 국경경비 등 군부가 통제하는 치안 관련 업무나 군경 주도의 로힝야족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애써 외면해온 수치는 군부쪽 입장에 더 무게를 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라카인 주는 불교도들과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경찰 초소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은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였습니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 군인들이 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으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하고 있습니다.

또 미얀마군은 이달 초 라카인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로힝야족 무장단체를 배후로 지목하고 수백 명의 군인을 보내 토벌작전을 벌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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