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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부자들'이 처음 알린 살충제 달걀…"공장식 양계 바꿔야"

[취재파일] '내부자들'이 처음 알린 살충제 달걀…"공장식 양계 바꿔야"

1년 전 살충제 달걀 사태 예견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인터뷰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7.08.28 10:45 수정 2017.08.29 09: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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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내부자들이 처음 알린 살충제 달걀…"공장식 양계 바꿔야"
2016년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지난해 9월, 국회 기동민 의원실로 양계업자 두 사람이 찾아왔다. 기동민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조심스레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달걀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싶은데, 시험기관에서 도통 해주려 하지 않으니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민원이었다.

"다른 농축수산물 같은 경우에는 기관에 19만 원 정도를 내고 의뢰하면 잔류농약 검사를 해주는데, 유독 달걀만은 쉽지 않다는 거에요. 자기 돈 내고 하겠다는데도." (기동민 의원)

양계업자들이 기 의원을 찾아온 이유는 '양심' 때문이었다.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사육 환경에서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양심에 고통을 받는 이들이 꽤 많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었다. 마침 그 한 달 전에는 살충제 달걀 문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국정감사를 한 달 앞둔 상황. 기 의원은 '달걀'에 한 번 붙어보기로 했다. 기동민 의원이 누구보다 먼저 살충제 달걀 문제에 주목했던 배경에는 이런 '내부자들의 고발'이 있었던 셈이다.

"그분들이 고발한 겁니다, 어떻게 보면."

현장은 심각했다. 고르고 골라서 그나마 양호한 사진이 양계장 구조물에 진드기가 새까맣게 붙어있는 사진이었다. 기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이 사진을 띄워놓은 채 살충제 달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했다. 당시 국회 속기록을 보면 놀라울 정도다. 사태의 원인과 진단, 위험성과 정부의 미흡한 대처까지,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지고 난 최근의 국회 상임위에서의 발언 내용과 혼동될 만큼 이른바 '싱크로율'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미 1년 전 나왔던 '살충제 달걀' 문제…당시 반응은? (SBS 비디오머그)

당시 기 의원의 지적에 정부 측은 당시 대책 마련과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곧이어 터진 '태블릿 PC' 사건 등 국정농단 사태에 휩쓸려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리고 현실은 지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로다. 바뀐 것이라곤 그렇게 경고했음에도 이미 '소는 잃었다'는 것, 질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바뀌었다는 정도다. 달걀 파동이 터진 뒤 열린 지난 16일 상임위에서 기 의원은 지난해 질의 내용을 거의 되풀이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주문했던 관리감독체계 일원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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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갑지만은 않은 '기스트라다무스' 별명…"문제 더 많을 것"

사상 초유의 살충제 달걀 파동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기동민 의원은 엉겁결에 '스타'가 됐다. '예언자'니, '기스트라다무스'니 하는 호칭이 따라붙었다. 정치인에게 이런 종류의 주목은 대체로 반가운 것이지만, 기 의원은 "씁쓸하다"고 말했다. 미리 대처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한 달 앞서 유럽발(發)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졌을 때도 기 의원은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온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일이 본격적으로 터지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처음 국회에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논의된 다음 날, 기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수 조사 방식에도 분명히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 기관에서 달걀을 무작위로 전수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통보한 뒤 달걀을 제출받는 식으로 이뤄져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나자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마을 회관으로 달걀 한판씩 들고 모이라고 했다"거나 "농장 문 앞으로 달걀을 들고 나가면 공무원이 받으러 온다"고 농장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최초 제보자'였던 양계업자들의 말에도 주목했다. 시험 기관에서는 왜 유독 달걀만 잔류 농약 검사를 해주지 않았을까? 기 의원은 아마도 정부 당국과 시험 기관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미리 알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어느 정도 알고도 사회적 파장과 양계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쉬쉬하려 했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진드기가 가장 많이 들끓어 살충제를 집중적으로 뿌리는 혹서기를 피해 4~5월, 또는 9~10월에만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것도 그 방증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번 국회에서도 똑같이 지적됐다.
[취재파일] '내부자들'이 처음 알린 살충제 달걀…'공장식 양계 바꿔야 ● "결국 공장식 양계 바꿔야…'동물복지' 주목"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고 했던 기동민 의원은 결국 지금의 공장식 양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암탉을 좁은 우리에 몰아넣고 달걀을 대량 생산하는 지금의 대규모 산란 및 양계 방식을 결국 바꿔야 한다는 말이었다. '현실을 모른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민의 주식과도 같았던 달걀이 전국 식품매장과 식당에서 자취를 감춘 지금이야말로 변화를 고민해야 할 절호의 찬스라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서 제일 우선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봐야 합니다. 결국 국민의 안전이거든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고, 그걸 최고의 놓고 그다음에 나머지를 생각해야지 다른 것들이 먼저 고려되면 안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지만, 가야 할 길이면 가야 돼요."

나아가 기 의원은 '동물 복지'의 개념을 이야기했다. 우리 사회에 '동물 복지'라는 화두가 떠오른 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왔던 게 사실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식용의 대상이 되어 왔던 소나 돼지, 닭의 사육 방식에 관한 문제 제기가 인간의 복지와 안전과도 결국 무관치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 의원은 실험동물의 처우 개선과 실험 종료 후 입양 추진 법안 등 동물 복지 관련 법안 등을 지속적으로 발의해왔다)

"식량으로 공급되는 동물에 대한 대량사육방식이 결국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한 거죠. 더 이상 그러한 방식이 타당한 것이냐, 그리고 동물복지 이전에 안전한 것이냐. 조금 더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공급받는 질 좋은 생산물이 훨씬 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수준까지 사회적 논의가 나아가고 있는 거죠. 초보적이긴 하지만 그런 시점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간디가 그랬죠. 그 나라의 동물이 어떻게 대우받는지를 보면 한 나라의 품격과 수준을 알 수 있다고."

기동민 의원은 지난해 처음 '살충제 달걀'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이 문제가 불러일으킬 파장과 결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국민적 불안감과 양계업계의 실질적인 타격 등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정감사에서 '살충제 달걀' 이슈에 다시 붙어보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아무도 달걀 잔류농약 검사를 해주지 않는다면 직접 해보자며 국정감사용으로 "의정활동비 1천만 원 정도를 따로 준비해 놓았다"고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충제 달걀 파동이 터졌고 1천만 원은 아끼게 됐다. 기 의원은 이 문제가 국민적 이슈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양계업자들이 의원실 앞에 몰려왔을 것"이라며 "혼자 외롭게 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파일] '내부자들'이 처음 알린 살충제 달걀…'공장식 양계 바꿔야인터뷰를 마칠 무렵 기동민 의원에게 요새 달걀은 먹느냐고 물어봤다. 망설임 없이 "우리는 먹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술안주도 달걀말이 하나씩은 시킨다고 했다. "아직까지는 감당할 수 있는, 인체에 그렇게 유해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정부가 국민에게 "이 정도는 괜찮으니 달걀을 먹어도 된다"고 말해선 안 된다고 기 의원은 말했다. 정부가 사전에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고 미리 알렸다면 소비자들도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기 의원은 정확한 실태 조사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투명한 정보 공개 등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일이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기왕지사 소 잃은 외양간, 제대로 한번 고쳐 보자는 게 기동민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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