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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5·18 민주화운동 진실의 문이 열린다"…기무사 기밀자료 10권에 숨겨진 진실

[리포트+] "5·18 민주화운동 진실의 문이 열린다"…기무사 기밀자료 10권에 숨겨진 진실
37년 동안 숨겨졌던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마침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1980년 5월 18일을 전후로 군 헬기가 시민을 향해 사격했다는 의혹과 공군 전투기가 광주 시내를 폭격하기 위해 출격대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부장관에게 직접 특별조사를 지시한 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5·18 진상규명특별법의 통과 여부와 관련 없이 정부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국방부는 50권에 달하는 군 기무사령부의 5·18 관련 기밀 자료를 해제할 수 있을지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최초 발포 지시자가 누구인지 등 여전히 40년 가까이 베일에 가려진 '진실'의 일단이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 헬기 사격의 정체…공군까지 대기했다?

헬기 사격은 지난해 12월 5·18 기념재단이 광주 동구에 있는 전일빌딩 10층에서 총탄 흔적 177개가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5·18 당시 광주에서 시민들의 죽음을 목격했던 고(故) 조비오 신부는 헬기 사격을 주장해왔습니다. 전일빌딩은 5·18 당시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항쟁했던 건물이었습니다.
총탄흔적 발견된 전일빌딩
조사에 나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탄흔이 정지비행 상태에서 헬기 사격에 의한 것이 유력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사를 담당한 김동환 국과수 총기안전실장은 "헬기가 호버링 상태(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고정 자세)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면서 사격한 상황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는 공식 감정서를 내놨습니다. 5·18 당시 전남도청 근처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전일빌딩의 10층에, 헬기에서 발사된 것이 아니라면 총탄 자국이 남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방부 과거사 조사 위원회
2007년 국방부과거사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계엄군은 UH-1 헬기 10여 대와 500H 7대, G-1기 5대, 공격용인 코브라 헬기 2대를 광주에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부 헬기는 기관총 총탄 2000발을 탑재했다는 기록도 나왔습니다. 지난 2월 광주 시민 61살 이 모 씨는 5·18 당시 보관했다는 탄피 넉 점과 40여 발짜리 탄환 한 묶음을 공개해 헬기 사격 가능성을 뒷받침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5.18 당시 공군 전투기가 광주 시내를 폭격하기 위해 대기했다는 충격적인 언론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 끝까지 부정하는 전두환..사격 지시 증거가 나온다면

전두환 씨는 최근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주장은 헬리콥터의 기체 성능이나 특성을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이거나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일축했습니다. "5·18은 '폭동'이라는 말 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고 하거나 전일빌딩 헬기 사격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심지어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미국인 아놀드 피터슨 목사를 가리켜 '목사가 아니라 가면을 쓴 사탄'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헬기 사격 의혹은 관련 자료 및 증거에 따라 진위를 확인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광주에 헬기를 출동시킨 육군 1항공여단의 작전 자료와 공군 비행단의 5·18 당시 작전일지 등을 보면 확인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두환 회고록 중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의 경우 국방부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면, 전두환 신군부가 전투기 폭격까지 준비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자위권 발동이라고 주장해왔던 부분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신군부 1인자였던 전두환 씨는 군의 발포가 무장한 시위대에 맞선 자위권 발동 차원의 행동이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시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군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대응했다는 논리를 펴 온 겁니다.

그러나 기관총을 장착한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했다면 자위권으로 해석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헬기 사격의 경우 발포를 명령한 인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진실이 밝혀지면 발포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기무사 기밀 자료 10권…'진실의 문' 열리나

5·18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면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건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에 보관된 기밀 자료입니다. 50여 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5·18 관련 자료 가운데 기밀로 분류된 10권은 제한돼 지금까지 어떤 정부도 열람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국방부는 그러나 이 기밀 자료도 해제 절차에 따라 진실 규명의 근거로 쓸 뜻을 밝혔습니다. 국방차관이 위원장인 군사기밀보호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자료들을 공개 가능한 문서로 전환하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헬기 사격의 흔적이 남은 광주 전일빌딩을 직접 찾기도 하는 등 5·18 진실 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
5·18 유족들은 진실 규명 특별조사단의 출범에 큰 환영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5·18 기념재단은 오늘(24일) "군이 기록 발굴과 진상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며 "5·18 당시 '유사시 발포 명령 하달(1인당 20발)'이 담긴 군사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7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비무장 민간인을 향해 총을 쏘라고 지시한 발포권자가 누구인지 등 핵심 사안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습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역사적 단죄'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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