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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정확도 92% vs 적중률 46%'…기상청의 이상한 기준

[리포트+] '정확도 92% vs 적중률 46%'…기상청의 이상한 기준

윤영현 기자 yoon@sbs.co.kr

작성 2017.08.23 17:0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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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정확도 92% vs 적중률 46%…기상청의 이상한 기준
최근 들어 부쩍 비 오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오늘 날씨는 어떨까, 비가 올까 안 올까?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이나 TV 등에서 날씨 정보를 구하게 되는데요. 기상청의 강수 예보 얼마나 믿으십니까? 자주 틀린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데요. 기상청이 '예보'청이 아니라 '오보청'이라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2012~2016년 사이 기상청이 발표한 강수 예보 정확도는 연평균 92%에 달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강수 예보 열 번 중 아홉 번 이상은 맞았다는 겁니다. 정확도가 꽤 높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정확도가 이렇게 높은데도 왜 사람들은 기상청이 자주 틀린다고 불만이 많은 걸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감사원이 지적한 기상청 예보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 '정확도' 92%라더니 '적중률'은 46%…기준이 뭐기에?

우선 감사원은 기상청의 강수 예보 평가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강수 예보를 평가하는 잣대로 '정확도'를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겁니다. 같은 강수 상황을 반영했더라도, 기상청이 발표해온 예보 '정확도'와 감사원이 제시한 예보 '적중률'은 계산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강수 예보에 대한 경우의 수는 4가지입니다.
*그래픽
① 기상청이 비 예보를 하고, 실제 비가 온 경우
② 기상청이 비 예보를 하고, 실제 비가 오지 않은 경우
③ 기상청이 비 예보를 하지 않고, 실제 비가 온 경우
④ 기상청이 비 예보를 하지 않고, 비가 오지 않은 경우1번은 비가 온다고 했는데 왔으니 맞은 예보입니다. 2번은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오지 않았으니 틀린 예보입니다. 3번은 반대의 경우로 틀린 예보입니다. 여기까지는 명확한데, 문제는 4번입니다. 비 예보를 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지 않은 경우 이걸 맞은 예보로 볼 것이냐 아니면, 제외할 것이냐를 놓고 기상청과 감사원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기상청이 기존에 발표한 '정확도' 계산에는 4번이 맞은 예보로 들어가고, 감사원의 '적중률'에는 이 4번이 제외됩니다.
*그래픽
정확도 = (①+④) / (①+②+③+④)
적중률 = ① / (①+②+③)감사원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여름을 제외하면 강수량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 날씨 특성상, 이런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강수 예보 정확도가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기상청 방식대로 계산하면 정확도는 92%에 달하지만 감사원 방식이면 적중률은 46%로 뚝 떨어집니다.

열 번 중 아홉 번 이상 맞는 게 아니라 두 번 중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셈입니다. 감사원은 심지어 "기상청이 비가 온다는 예보를 1년간 전혀 하지 않아도 강수 예보 정확도는 89.5%에 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비와 관련 없는 맑은 날은 빼고, 실제로 비가 내렸거나 비를 예보한 날만 따져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도 적중률을 강수 예보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 기상청, 날씨 관측하는 위성 발사하고 활용 안 한다?

감사원은 "기상청이 예보 기술 개발에 소홀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약 3,500억 원을 들여 한반도와 동아시아 주변 기상 자료 확보를 위해 천리안위성 1호를 발사했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관련 자료를 활용할 기술은 개발하지 않아 천리안위성 1호를 국내 기상 예보에 쓰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의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천리안위성1호위성 발사가 처음이다 보니 당시에는 국지모델 개발의 필요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기상청의 해명입니다. 그사이 지난 6월, 천리안위성 1호의 설계 수명은 다했습니다. 감사원은 내년 5월에 발사될 천리안위성 2호의 자료를 활용하는 기술 역시 "개발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 지진, 조기경보 발령에만 26.7초…이대로 괜찮나

'하늘'뿐 아니라 '땅'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드러났다고 감사원은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지진경보에 대한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상청은 늑장 조기경보 문자메시지 전송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바 있습니다.

실제 기상청이 지난해 지진 조기경보를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6.7초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7초 내외로 주민에게 통지하는 일본의 4배 수준입니다. 기상청이 경보 발령 조건을 '최소 관측소 15곳에서 20번 이상 지진이 탐지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설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진 조기경보감사원은 "관측소 8곳 탐지로 조기경보 조건을 낮추면 통보에 소요되는 시간을 12~17초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기상청 계획대로 내년까지 314개 지진 관측망을 구축하면 "국내 면적의 20% 지역에서 관측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기상청은 지진계 설치 지역을 다시 조율하고 내년 5월 발사되는 천리안 2호부터는 관측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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