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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회, 성추행·회계부정 간부 면직…'묵인과 재발의 고리' 끊어야

[취재파일] 국회, 성추행·회계부정 간부 면직…'묵인과 재발의 고리' 끊어야
● 국회, 성추행 등 관련 간부 면책…"엄중 징계"

SBS가 지난 4일과 21일 연달아 보도했던 국회 고위공무원들의 성추행·회계부정 의혹과 술자리 폭행 파문에 다시금 철저한 조사와 엄중 징계를 약속했습니다. 국회 사무처는 2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성추행 및 출장비 횡령 의혹이 제기된 수석전문위원들을 면직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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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는 보도자료에서 "최근 발생한 회계질서 문란, 성 관련 비위 사건에 대해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사무처의 한 수석전문위원은 올해 3월 초 상임위 회식 자리에서 여성 사무관을 상대로 성추행한 의혹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습니다. 또 다른 상임위에서는 수석전문위원 등 직원 3명이 출장비를 상습적으로 횡령한 혐의가 회계감사에서 적발됐습니다. 국회사무처는 어제 보도된 직원 간 음주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 기강해이, 폭행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내놨습니다. 국회사무처는 공직기강 강화를 위해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고, 성 평등 옴부즈맨의 설치 및 성 고충 상담의 전문화, 회계 및 성 관련 교육의 상시화, 비위·징계 관련 규정 개선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주 내에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부 개혁방안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이런 공식적인 대책 외에도 각 상임위에는 비공식적인 지침도 내려왔습니다. 노조게시판에 인사 불만을 제기할 경우 실명으로 게재할 것, 정기국회 중 회식 자제, 구내식당 이용, 출퇴근 시간 준수 등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기강을 바짝 다잡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 언론 말고는 배출구가 없었던 국회

사회 여러 부문을 통틀어 볼 때 성추행이나 회계부정, 음주 폭행 같은 사건은 어찌 보면 아주 흔한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곳이라면 이런저런 문제가 없을 순 없겠죠. 진짜 문제는 이런 사건을 그 조직이 어떻게 풀어내는가에 있습니다.

왜 국회 직원들은 억울한 사연을 들고 언론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건 조직 내에 이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아니 적어도 관련자들이 믿고 털어놓을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국회 감사관실이 있고 노조도 있지만 사실상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유명무실하다는 게 국회 직원들의 이야기입니다.
국회사무처
국회 사무처가 대안으로 내놓은대로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면 상황은 좀 나아질까요. 입법고시 선후배 사이에 좋은 게 좋은 거란 식의 온정주의 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려섞인 시선도 있습니다. 22일 있었던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전환하면, 정보접근이나 더 깊숙한 문화적인 실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익명이 보장된 공익신고제, 레드휘슬 제도를 도입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결국, 수뇌부의 강력한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감사관실에 어떤 누구를 앉혀놔도 상황이 달라지긴 힘듭니다. 잘못하면 이른바 '낙하산용' 자리만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우윤근 사무총장이 빠르면 이번 정기국회 중에 개방형 감사관을 임명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분이 임명될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 '묵인과 재발의 고리' 이제는 끊어내야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왜 내부적으로 피해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주변 사람들은 '쉬쉬' 하는 데 급급했을까요. 국회 구성원들은 왜 묵인과 재발의 고리를 알면서도 용인해왔을까요. 그건 무엇보다도 사건을 드러내봤자 결국 가해자는 처벌 받기는커녕 승승장구하고, 부하직원은 손해만 보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관련 수석전문위원을 신속히 면직 처리한 것은 다른 어떤 대책보다 조직에 상당한 메시지가 될 걸로 보입니다. 이런 엄중 대처가 한 번의 보여주기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간다면 직원들도 조직을 믿고 언론 대신 내부 감사기관을 찾는 날이 올 것입니다. 국회가 어느 정부기관보다 투명하고 깨끗한, 무엇보다 신상필벌의 상식이 통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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