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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근무도 마다 않았는데…" 불 꺼진 빈소에 흐느낌만

STX선박 폭발 사망자 장례식장…유족들 통곡과 고함소리 가득

"휴일 근무도 마다 않았는데…" 불 꺼진 빈소에 흐느낌만
텅 비었던 장례식장이 갑자기 통곡과 고함소리로 가득했다.

2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이날 STX조선해양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숨진 협력업체 작업자 4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이들의 시신이 안치되기 전까지 병원 장례식장은 텅 빈 상태였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 25명 중 몇몇은 영정사진도 없이 불 꺼진 빈소에 쭈그려 앉은 채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고 흐느꼈다.

다른 유가족들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거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흐느꼈다.

특히 이들은 한동안 시신 확인이 되지 않자 "언론에 나이랑 성까지 전부 나오고 있는데 유가족이 얼굴 한번 못 보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병원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뒤늦게 얼굴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안치실에서 나오자마자 다시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을 놓아 울었다.

유가족들의 울음소리와 고함은 장례식장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한 유가족은 "사고 발생 뒤 원청과 하청회사 그 어디에서도 유가족에게 연락 한 통 없었다"며 "주변 지인들로부터 '폭발 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을 거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울먹였다.

이어 "최근 일이 많아지며 주말근무가 잦았는데 이런 일이 터졌다"며 "하청업체 직원이니 휴일이라도 나가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폭발 사고 사망자 4명 중 김모(52)씨와 박모(33)씨를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낸 김모(44)씨도 뉴스를 보고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

김 씨는 "뉴스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해 봤더니 받지를 않아 '뭔가 잘못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음 주에 이들과 함께 울산으로 넘어가 일하기로 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나버렸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며 함께 일하던 사이라 사실상 가족이나 다름없다"며 "두 사람 모두 오늘처럼 휴일근무도 마다치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탱크 도장작업이 조선업 일 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위험한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유독가스에 노출될 수 있어 탱크 도장작업은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꼭 착용하고 해야 한다"며 "어디선가 불꽃이 튀었거나 전기 배선 쪽에 문제가 있지 않았나 추정되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작업 중인 당사자들이 아니면 금방 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고를 대비해 탱크 작업 중에는 화기 감시자라고 관리자가 함께 있으며 주변 상황을 꼭 확인해야 하는데 이번엔 어땠는지 모르겠다"며 "주말이라고 안전관리가 부실했던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의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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