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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서 하루 12시간 중노동…두 달 만에 끝난 '코리안드림'

닭장서 하루 12시간 중노동…두 달 만에 끝난 '코리안드림'

유영규 기자

작성 2017.08.15 08: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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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서 하루 12시간 중노동…두 달 만에 끝난 코리안드림
▲ 태국인 A(29)씨가 15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여권을 보여주며 한국 입국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두 달가량 한국에 머물며 닭 사육장에서 일한 A씨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일자리 브로커에게 임금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지불한 A씨는 빈털터리로 고국에 돌아갈 처지가 됐다. 

"목돈을 벌어보려고 한국에 머문 두 달은 악몽이었습니다.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코리안드림'을 품고 올해 6월 한국에 온 태국인 A(29)씨는 두 달여만에 빈털터리로 고국에 돌아가는 처지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해봤자 취업 브로커들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개월 전 친척으로부터 "한국에 가면 목돈을 벌 수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된 A씨는 우연히 한국 내 일자리를 알선하는 태국인 브로커 B씨를 만났습니다.

B씨는 "내가 소개하는 곳에서 일하면 월 3만8천 바트(약 130만 원)을 벌 수 있다"며 한국행을 권했습니다.

태국에서 일반근로자 임금은 하루 8시간 기준 월 8천800 바트(약 30만 원), 대졸자는 월 1만5천 바트(약 50만 원)가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자리 알선 수수료 8천800 바트가 부담스러웠지만, A씨는 한국에서 한달 일하면 태국의 3∼4개월 치 임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낯선 한국 땅을 찾았습니다.

A씨가 한국에 도착해 다른 브로커인 한국인 C씨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전북 군산시의 한 양계장.

그는 다른 태국인 4명과 함께 가공을 앞둔 병아리와 닭의 예방 접종 일을 맡았습니다.

1인당 할당량은 하루 5천여 마리.

닭 배설물 냄새를 참아가며 하루 12시간가량을 일해야 하는 고역이었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식사는 농장주가 마련해 준 숙소에서 해결했습니다.

일한 지 한 달이 되자 농장주는 A씨와 다른 태국인 근로자들에게 월급으로 89만 원씩을 지급했습니다.

당초 약속된 130만 원보다 부족하다며 따졌지만, 농장주는 "도망치는 태국인들이 많아서 다 줄 수 없다. 약속한 근로기간 6개월을 채우면 나머지 41만 원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근무 기간에 대해 들은 게 없었던 A씨는 더 일해도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동료 태국인들과 함께 양계장을 도망쳤습니다.

사정을 알게 된 브로커 C씨는 '다른 일자리를 소개해주겠다'며 다시 A씨에게 접근했습니다.

A씨는 희망을 품고 추가 수수료 30만 원을 준 뒤 충남 서산으로 옮겼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양계장에서 3일간 중노동에 시달린 A씨는 한국 지인의 도움을 받아 3일분 인건비 15만 원을 받은 뒤 양계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코리안드림  물거품 태국인 (사진=연합뉴스)
A씨는 "농장주가 숙소와 양계장에서 늘 우리를 감시했다.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 너무 무섭고 힘들었다"고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한 달 조금 넘게 일해 104만 원을 벌었지만, 한국 지인이 비행기 푯값 20여만 원을 보태주지 않았으면 고국에 돌아가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이어 "서산의 양계장에는 12∼13명의 다른 태국인이 일하고 있었다"며 "관광객 신분으로 일하는 게 잘못된 것이지만 이를 약점 잡아서 돈을 챙기는 브로커들은 악질이다. 이들 양계장을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씨를 고용했던 군산시의 양계장 관계자는 "A씨가 일을 시작하기 전 근무 기간 6개월을 채우지 않으면 보름치 임금(41만 원)은 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고용한 사실에 대해서는 "A씨 등이 태국 관광객인 줄은 알았지만 일을 시켜달라고 사정해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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