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여성 BJ 죽이러 간다" 살해 협박 생중계…막장까지 떨어진 1인 인터넷 방송

[리포트+] "여성 BJ 죽이러 간다" 살해 협박 생중계…막장까지 떨어진 1인 인터넷 방송
1인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남성 BJ가 여성 BJ를 살해하겠다며 찾아다니는 장면을 생방송한 이른바 'BJ 살해 협박' 사건을 두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김윤태'라는 아이디의 이 남성 BJ는 어제(10일) 새벽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갓건배'라는 아이디를 쓰는 여성 BJ를 살해하겠다는 내용의 생방송을 진행했습니다.

BJ 김윤태는 생방송 중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BJ 갓건배를 찾아 "처치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찾아간 주소에 갓건배가 살지 않아도 여성이라면 목 졸라 죽이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위협 발언을 멈추지 않던 BJ 김윤태는 결국 누리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 "6.25 때 다리 잘렸냐" vs "네 부모가 문제다"

이번 사건은 BJ들 사이의 혐오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BJ 갓건배는 게임 방송을 하면서 한국 남성을 비하하거나 성희롱하는 것으로 유명해져 이른바 '남성 혐오(남혐) BJ'로 불렸습니다. 게임에서 남성 이용자들이 여성 이용자에게 하는 성희롱과 비하 발언에 대해 '미러링(거울로 비친 것처럼 그대로 따라 하기)'을 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스스로 '여성 우월주의자'라고 말해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BJ 살해 협박 생중계 남혐 여혐 리포트+
남자 BJ들이 공격에 나선 것도 BJ 갓건배의 남혐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등 기행으로 유명세를 탄 BJ 신태일은 지난 7일 "메갈 유튜버 갓건배 적당히 설쳐라"라며 공개적으로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BJ 갓건배의 부모가 그를 잘못 키운 탓이라고 부모까지 공격했습니다.

BJ 신태일은 심지어 '메갈 유튜버 갓건배 얼굴 찾았다'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강남역 시위 현장에서 찍힌 한 여성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과거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BJ 김윤태까지 공격에 가담하면서 1인 인터넷 방송계는 순식간에 입에 담기 어려운 상호비방전이 난무하게 됐습니다.
BJ 살해 협박 생중계 남혐 여혐 리포트+
남성 BJ들의 공격에 BJ 갓건배는 "신태일, 김윤태 집에 찾아가서 살해하고 불태우겠다"라면서 심지어 부모도 해치겠다며 거칠게 대응했습니다. BJ 갓건배는 또 "키가 작은 남자는 죽어야 한다. 6.25 전쟁 났을 때 다리 잘린 애냐"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습니다.

BJ 갓건배의 도발에 분노한 남자 BJ들과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은 결국 BJ 갓건배의 신원과 주소를 추적해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BJ 김윤태는 이른바 '살해 협박 생중계'까지 벌인 겁니다.

■ 벌금 5만 원이 전부?…소송 들어가면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살해 협박 생방송을 마친 BJ 김윤태는 경기도 모처에서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경찰 조사 뒤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로 범칙금 5만 원을 부과받은 뒤 풀려났습니다.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BJ 살해 협박 생중계 남혐 여혐 리포트+
법률 전문가들에게 취재한 결과 BJ 김윤태가 갓건배를 잡겠다며 찾아다니고 "처치하겠다"고 말하며 불특정 시청자에게 공개한 행위는 '협박의 고지'라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공포를 느꼈을 수 있기 때문에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소 같은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될 수 있습니다. 생방송을 보던 사람들이 최대 7천 명에 달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유출한 셈이라는 겁니다.

BJ 갓건배가 위협을 느껴 인터넷 방송을 중단하게 되면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BJ 김윤태는 BJ 갓건배의 인터넷 방송 수익을 물어줘야 하는 소송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누리꾼들은 "BJ 갓건배가 먼저 남성을 비하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인 영역에서 BJ 갓건배는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BJ 갓건배의 남성 혐오 발언 가운데 모욕을 한 상대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판례상으로는 현행법 위반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결국 공개적으로 협박하고 신상 털이를 유도하거나 집으로 찾아가는 구체적인 위협행위는 실정법 위반이 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 막 나가는 1인 방송…사후 조치만 하다가는 큰일난다

일부 1인 BJ 인터넷 방송의 경우 남성 혐오와 여성 혐오, 성적 표현 등 사회적으로 유해 콘텐츠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몇몇 1인 인터넷 방송 BJ들의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자극적 콘텐츠로 팬 수가 100만 명이 넘는 한 BJ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9차례나 시정 조치를 명령했지만 방송 정지를 당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막장 방송을 일삼아 당국의 조치를 무색하게 했습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발언을 반복적으로 일삼는 BJ들은 영구 퇴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BJ 살해 협박 생중계 남혐 여혐 리포트+
사전에 유해 방송을 걸러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방송이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라고 증명이 된 다음에야 차단이란 사후 조치가 취해지는 겁니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BJ들과 방송 수익을 나눈다는 점에서 사업자에게도 더 큰 관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BJ들이 차단 조치 뒤에서 아이디만 바꾸는 눈속임으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달 왁싱샵 여주인 강도 살인 사건은 1인 인터넷 방송이 선정적으로 흐를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줘 충격을 줬습니다. 여주인이 다른 직원 없이 혼자 일한다는 BJ의 방송을 보고 피의자가 범행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번 '살해 협박 생중계'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방송 생태계를 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디자인: 김은정)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