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서 나쁜 유전자 찾아 '싹둑'…유전병 대물림 막는다

<앵커>

생명체의 DNA 속에서 특정 유전자를 찾아내 마치 가위처럼 잘라내는 기술을 '유전자 가위' 기술이라고 합니다. 한-미 공동 연구팀이 이 기술로 인간 배아에서 유전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바로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 첫 쾌거로 유전병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정구희 기자입니다.

<기자>

이 쥐는 원래 털이 검은 종이었는데 유전자 가위 기술로 털 색깔을 하얗게 바꾼 겁니다.

근육 유전자를 교정한 이 돼지는 일반 돼지보다 근육이 20%나 많습니다.

한국과 미국 공동 연구팀이 심장 유전병인 '비후성 심근증'을 이런 유전자 가위 기술로 막을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난자에 유전병이 있는 정자와 유전자 가위 용액을 함께 넣은 뒤 배아의 유전자를 확인했더니 유전병 관련 유전자가 정상으로 바뀌었습니다.

특정 단백질과 효소로 이뤄진 유전자 가위가 유전자를 교정한 겁니다.

[박상욱/기초과학연구원, 논문 제1저자 : 유전자 가위의 오작동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착상 전 배아 단계까지는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심장 유전병뿐 아니라 다른 유전 질환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는 특정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 형성 등을 둘러싼 법적·윤리적 논란 때문에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는 금지돼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 연구진이 이번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배아 실험은 미국에서 진행해야 했습니다.

[김진수/기초과학연구원 단장 (서울대 교수) : 질병 치료 목적으로 연구하는 건 허용하고, 강화목적으로 하는 것은 좀 더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국은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에 대한 규제가 없고 미국과 일본은 기초연구에 한해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경호·김흥식, 영상편집 : 김호진, 사진출처 : 연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