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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차준환-최다빈 발목 잡은 '피겨 부츠'…뭐가 문제였나?

올해에만 9켤레(차준환)-5켤레(최다빈), 신고 신어봐도 "내 발에 안 맞아!"

[취재파일] 차준환-최다빈 발목 잡은 '피겨 부츠'…뭐가 문제였나?
한국 남녀 피겨의 간판인 차준환과 최다빈 선수가 평창올림픽을 불과 7개월 앞두고 '부츠'때문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새로 신은 스케이트 부츠가 발에 잘 맞지 않아 훈련에도, 경기에도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달 말,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1차 선발전까지 차준환과 최다빈은 부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부상까지 생겨 이달 초 홍콩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 트로피 출전까지 포기했습니다.

야구 선수에게는 배트와 글러브, 축구 선수들에게는 축구화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부츠는 프로그램을 소화하는데 유일한, 또 절대적인 장비라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두 선수의 부츠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차준환 피겨 스케이팅 부츠
● 신고 또 신어봐도…

차준환이 부츠에 불편함을 느낀 건 지난해 11월부터입니다. 오른쪽 부츠가 잘 맞지 않아 발을 꽉 잡아주지 못했는데 두 번이나 교체했지만 마찬가지였고, 결국 지난 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 기존 스케이트화에 급한 대로 테이프로 발목을 고정하고 출전했습니다.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역시 발에 맞지 않는 부츠를 신고 나섰는데, 비시즌 기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약 4개월 동안 새 부츠를 신고, 적응에 주력했지만 발에 꼭 맞는 부츠를 찾지 못한 겁니다. 차준환이 이 기간 동안 신어본 부츠 수만 무려 9켤레입니다.
차준환 부츠
발목 부분을 지탱하는 부츠 가죽이 문제였습니다. 4회전 고난도 점프를 하고 착지하는 데 있어 발목 고정은 필수인데, 가죽이 구부러지다 보니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꺾이곤 합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부상까지 이어졌습니다. 또 새 부츠의 가죽이 복숭아뼈까지 강하게 눌러, 심한 통증까지 생겼습니다.

한 제조사에서 똑같은 수치로 부츠를 제작한다고 하더라도 수제 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최다빈 부츠
최다빈도 차준환과 비슷한 경우입니다. 지난 4월 세계선수권에 신고 출전했던 부츠의 목 부분이 꺾여 새 부츠를 주문하게 됐는데, 굽 높이가 미세하게 다르거나, 훈련 중 목 부분이 꺾여 3개월 동안 4~5켤레의 부츠를 신고 또 신었습니다. 결국 부츠가 발에 맞지 않아 발목과 발가락에 통증이 생겨 아시아 트로피 대회 직전,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습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발에 맞는 부츠를 찾지 못했는데, 최근 2개의 부츠를 새로 공수해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최다빈

● 부츠 착용감, 얼마나 예민하길래…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은 보통 한 시즌에 2~3켤레 이상의 부츠를 사용합니다. 얼마나 고난도의 점프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부츠 수명이 달라집니다. 방상아 SBS 피겨 해설위원에 따르면 남자 선수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여자 선수들은 3개월에 한번씩 부츠를 교환한다고 합니다.

"점프를 하고 랜딩(착지)할 때 발목과 부츠에 체중의 몇 배 무게가 실립니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4회전 같은 고난도 점프를 하게 되면 더욱 부츠에 손상이 많이 가게 되죠."

차준환이 4회전 점프를 본격적으로 연습한 지난 시즌부터 부츠 문제가 생긴 것도 이와 같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부츠의 상태는 경기력에 직결됩니다. 기술 소화는 물론 멘털에도 큰 지장을 주기 때문입니다. 방 위원은 "일상 생활에서도 양말이나 신발이 불편하면 하루 종일 신경이 쓰이는데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발에 꼭 맞지 않는 부츠를 신는다면 정신적으로 무너지게 되죠. '랜딩 할 때 부츠가 꺾이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에 점프 시도할 타이밍부터 맞추기 힘들게 됩니다. 스핀 동작에서도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수들은 부츠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경기에 들어가게 되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없어 머리가 아플 정도로 괴롭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새 부츠 적응에 최소 일주일, 여기에 날까지 교체하게 되면 최대 2~3개월까지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또 보통 선수용 부츠 한 켤레 가격이 100만 원, 날까지 포함해 160-18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걸 감안하면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차준환과 최다빈 선수의 부상 상태는 다행히 심각한 상태는 아닙니다. 휴식과 치료를 병행하면 빠른 시간 내에 은반에 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부상의 원인 중 하나인 부츠 문제가 해결되어야 평창올림픽을 앞둔 새 시즌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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