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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을 하는 다양한 이유…정말 '사회적 자폐'인가

<앵커>

한국인 10명에 1명, 홀로 사는 노인 4명에 세 명이 하루 세끼를 모두 혼자 먹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노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혼밥은 흔한 일이 됐는데 최근 한 칼럼니스트가 "혼밥은 사회적 자폐"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조동찬 의학전문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혼자 밥을 먹는 이유가 사람마다 다를 것 같은데, 조 기자가 취재해 보니 어떻던가요?

<기자>

얼마나 자주 혼자 밥 먹으면 '혼밥'이라고 정의할지 아직 사회적 공감대는 아직 없습니다. 혼밥에 대한 관련 연구를 살펴봐도 연구자마다 달랐습니다.

그런데 혼밥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69살 박태규 씨. 점심은 복지관에서 어울려 먹지만 아침과 저녁은 늘 혼자 먹게 됩니다.

[박태규/서울 양천구 : 옛날에는 삥 식구들 다 둘러앉아서 먹었잖아요. 그래야 밥맛이 있는 건데, 혼자 먹으면 적적하고 영…]

이렇게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밥'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과 함께 먹는 게 스트레스받아서, 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일부러 혼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진우/대학원생 : 생각할 게 많을 때는 혼자 먹고 싶을 때가 있고, 같이 먹고 싶을 때는 큰 음식 먹을 때.]

SNS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캐나다 캘거리대 연구결과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혼밥이 늘고, 일반화되는데 크게 기여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소연/대학생 : (혼밥할 때) 처음에는 외로웠는데, 영상을 보면서 먹거나 SNS 하면서 먹어서 그런 느낌은 덜 한 것 같아요.]

취재 중에 음식 맛에 집중하기 위해 혼밥을 한다는 분도 있었는데 사회적으로 고립된 혼밥과 자발적 혼밥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그래도 혼밥을 하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얘기가 많잖아요.

<기자>

혼밥 하면 더 많이 먹게 되고 술도 더 많이 마시게 된다는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는 비자발적 혼밥, 대부분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입니다.

이런 결과를 젊은 층의 자발적인 혼밥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혼밥이 건강, 특히 정신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그 질문 던졌었는데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이 있으면 혼자 밥을 먹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혼자 밥을 먹는다고 우울증, 공황장애로 몰고 가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과자를 앞에 두고 젊은 여성 두 명에게 대화를 나누도록 했습니다. 식사 직후라 그런지 과자에 거의 손을 대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스트레스 상황을 만들어 봤습니다.

[이번엔 대화를 영어로 하십시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자 과자를 계속해서 먹습니다.

[김나운/경기도 의왕시 : 그냥 말할 때보다 (영어로 말할 때) 과자가 더 단 것 같아요. 달게 느껴졌어요.]

네덜란드의 한 대학 연구결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당이 높아도 허기를 느끼고, 밥을 많이 먹어도 포만감을 못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과 부대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식사하는 게 맘 편히 먹는 혼밥보다 폭식을 유발해 건강에 나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남궁기/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진짜 혼자만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결국 혼자 밥을 먹는 게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냐 아니면 스트레스를 피하는 상황이냐에 따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앵커>

우리 사회가 신경 써야 할 게 원하지 않는, 고립된 '혼밥'이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립된 생활의 한 단면으로서의 혼밥, 이건 분명히 사회적 자폐라는데 동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젊은 남성에게 혼자 밥 먹으라고 주문했습니다.

[남성엽/직장인 : (혼밥을 해보니) 시선 둘 데도 없고. 좀 외로움도 느껴집니다.]

일본 나고야 대학 연구결과 이럴 때는 거울을 보면서 먹으면 입맛이 더 돋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거울 보면서 먹으니까 시선 둘 데도 있고 밥 먹는 것도 더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연구까지 나왔을까 싶은데요,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혼밥을 피해야 합니다. 캐나다 연구에서 아이들은 책으로 배우는 단어보다 식사하면서 어른들에게 배우는 단어가 5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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