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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서 구현된 증강현실…"가상의 공간 사유를"

아트사이드 갤러리서 이배경 개인전 '공간 & 시간, 상념'

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스마트폰 한 대를 건넸다.

스마트폰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니 허공이었던 곳에 정육면체들이 나타났다.

두리둥실 떠다니던 정육면체들이 부딪히고 폭발도 일으키는 풍경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업은 이날 개막한 이배경(48) 작가의 개인전 '공간 & 시간, 상념'에 나온 '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다.

작가는 구글의 증강현실(AR) 기술인 탱고를 활용, 신기술을 전시장으로 불러들였다.

미디어 작업을 10여 년간 했지만, AR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업은 게임인가 싶을 정도로 재미나지만, 그 재미에 매몰되면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나 의미가 관람객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 고개를 끄덕인 작가는 "10여 년 전 시작한 첫 인터액티브 작업이 완전히 망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다들 너무 재미있다고만 했지, 제가 왜 이 작업을 만들었는지를 아무도 생각하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위험한 장난감, 즉 여전히 위험한 면이 많은 매체라고 생각해요. 익숙하지 않은 테크놀로지가 주는 재미가 너무 큰 것을 잘 압니다. 저만 해도 초등학교 입학 2년 전에 집에 TV를 샀던 기억이 선명하거든요." 그래서 택한 방법이 재미적인 요소를 30%까지만 두는 것이라고.

작가는 "공간과 시간, 상념이라는 생각이 가능한 정도에서 멈췄다"면서 "가령 귀여운 캐릭터를 둔다든가 하는 부분은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점으로 단출하다.

지하 1층에서 상영 중인 나머지 작품 '공간-제로 그래비티 스페이스'는 전시장을 그대로 본뜬 가상의 공간이 무한대로 반복되는 영상작이다.

작가는 "채팅룸이나 단톡방처럼 우리가 별로 인식하지 않고 고민 없이 받아들이는 가상공간이 너무 많다"면서 미디어 기술이 구현한 가상의 공간을 더 진지하게 들여다볼 것을 제안했다.

조각을 공부했던 작가는 비디오라는 매체에 매력을 느끼면서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틀었다.

작품이 좀처럼 팔리지 않는 장르를 택한 탓에 강연과 공공 미디어 작업 등을 통해 번 돈으로 생활비와 작업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미디어아트가 대중에게 여전히 친숙한 장르가 아니라는 지적에 "미디어아트는 매체를 원래의 사용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는 예술"이라면서 "가령 TV를 전시장에 틀어놓을 때도 드라마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0일까지.

문의 ☎ 02-725-10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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