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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보미 "이제야 어른 된 것 같아요…하반기에는 메이저 정조준"

[취재파일] 이보미 "이제야 어른 된 것 같아요…하반기에는 메이저 정조준"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7.07.28 15:06 수정 2017.07.28 15: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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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이보미 "이제야 어른 된 것 같아요…하반기에는 메이저 정조준"
- "체력 저하로 초반에 성적 안 나 스트레스…모든 걸 내려놓고 기초부터 시작"
- "근육 운동으로 샷감·자신감 회복…하반기엔 메이저 우승 사냥"
- "평창올림픽 때 응원 갈 것…강원도의 힘 보여줬으면…" 
- "결혼 후에는 은퇴하고 공부할 것…'현모양처' 되고 싶어"

요즘 주변에서 골프 팬들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보미 선수 어디 아파요?' 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15년 7승, 2016년 5승을 거두며 2년 연속 JLPGA 투어 상금왕과 다승왕, 올해의 선수에 오르면서 일본 열도에 '보미짱' 열풍을 일으켰던 그녀가 올해는 선두권 우승 경쟁에서 통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보미는 2011년 JLPGA에 진출해 2012년 3승을 거둔 이후 해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2013년 2승, 2014년 3승, 그리고 2015년 7승과 2016년 5승을 합해 투어 통산 20승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게 날아올랐던 그녀가 올해는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으니 팬들이 어디 아프냐고 물을 만하지요. 이보미는 개막전인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것이 올 시즌 최고 성적입니다. 15개 대회에 출전해 톱10 입상은 4차례 뿐이고 컷 탈락과 30위 밖으로 밀려난 대회가 두 번씩 있습니다. 현재 상금 랭킹도 20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난주 센추리21 레이디스 대회를 공동 8위로 마치고 귀국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그녀를 전화로 만났습니다. 이보미는 마치 긴 터널에서 막 빠져나온 느낌이라며 시즌 초반 힘들었던 얘기부터 털어놨습니다.

"시즌 초반에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서 정말 힘들었어요. 주변 분들 기대는 높지, 몸은 무겁지, 성적은 안 나지. 스트레스가 밀려오더라고요. 지난 2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면서 체력이 많이 소진된 것 같았어요. 클럽이 무겁게 느껴져서 샷 컨트롤이 되지 않았고 샷 거리가 확 줄어서 공이 그린에 올라가지 않는 거예요. 시즌 준비 많이 했는데 너무 속상했어요."
골프 선수 이보미Q. 그럴 때는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또 쉽지 않아요. 큰 부상이거나 집 안에 큰일이 있거나 이럴 때가 아니면 선수가 대회 불참을 선언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후원사들과 관계, 팬들의 기대도 있고요. 그래서 제 트레이너와 상의해서 긴급 처방을 내렸어요. 눈앞의 단기적인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기초부터 다시 하자. 일단 몸을 만들자는 거였죠. 체력 훈련 횟수를 늘렸어요.

작년에는 주 2회 정도 했었는데 이제는 주 4~5회 정도 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에 오면 그냥 쉬면서 운동은 따로 안 했었는데 이제는 한국 와서도 체력 운동은 빼먹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몸에 힘이 붙기 시작하면서 기분도 좋아지더라고요. 한 달 전부터 샷 감이 돌아오기 시작했어요."


이보미는 한 달 전부터 지난해 쓰던 클럽을 다시 들고 나왔습니다. 올해부터 새로 바꾼 클럽에 적응하지 못해 내린 긴급 처방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다시 샷 감이 돌아오면서 성적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6월 25일 끝난 어스몬다민컵에서 공동 7위, 7월 23일 끝난 센추리 21 레이디스에서 공동 8위에 오르며 점차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근육 운동하면서 밥맛도 좋아지고, 작년 쓰던 클럽으로 바꾸면서 컨트롤이 잘 되니까 다시 골프가 재미있어졌어요. 이제는 퍼팅감만 돌아오면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보미는 '팀(TEAM)'으로 움직입니다. 어머니가 총괄팀장이고 행정 매니저 2명, 필드 매니저 2명, 코치와 캐디, 트레이너, 클럽 담당 직원까지 본인을 포함해 팀원만 10명. 그야말로 '보미 사단'입니다. 어머니 이화자 씨는 보미 사단의 단장이자 '정신적 지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손목을 다쳐 두 달 넘게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며 딸과 떨어져 지냈습니다. 이보미는 이 기간 동안 모든 걸 혼자 결정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어른이 된 느낌? 그동안은 모든 걸 엄마가 결정해 주시는 대로 따랐는데, 엄마가 안 계실 때 하나하나 제가 결정하고 챙기면서 어머니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됐고 저도 나중에 엄마가 되면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제 아이에게 주고 싶어요. 저를 닮은 아이 낳아서 골프도 좀 시켜보고 싶고. (웃음)"

Q. 2년 전 인터뷰 때 결혼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는데 이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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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제가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주변에서 혼기를 놓치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 사라진다고 말씀들 하시고, 저도 이제 좋은 분 만나면 결혼해야죠."
골프 선수 이보미Q. 동갑내기 박인비 선수는 결혼해서도 계속 투어를 뛰는데, 본인도 결혼 후 투어 활동 계속할 건가요?

"사실 인비가 부러워요. 선수 생활하면서 옆에서 스윙 코치, 멘탈 코치까지 해주는 그런 남편 만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 정말 이상적인 커플인 것 같아요. 저는 남자답고 책임감 강한 사람, 어른 공경할 줄 아는 사람이 좋아요. 성당에 다니는 분이면 더 좋고요. 무엇보다 대화가 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만약 제가 운 좋게 그런 사람만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다면 투어 생활은 접고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요. 스윙 메카니즘 쪽 말고 골프 심리학이나 피지컬 트레이닝 쪽으로 석사, 박사까지 공부해서 제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결혼하면 좋은 아내, 좋은 엄마 '현모양처' 가 되는 게 꿈이에요. 하하."


Q.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아서 일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다행히 일본 팬들이 저를 아끼고 사랑해 주셔서 제가 조금이나마 평창 올림픽 홍보에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아요. 제 고향 강원도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서 저에게는 특히 남다른 것도 있고요. 올림픽 기간(2018년 2월 9일~25일)에 평창으로, 강릉으로 직접 응원도 갈 계획이에요."

 Q. 하반기 투어 계획은?

"이제 몸이 많이 올라왔으니 하반기에는 메이저 대회에 주력할 계획이에요. 제가 일본 투어 통산 20승 중에 메이저 우승이 딱 두 번 있는데, 정작 상금왕에 올랐던 지난 2년 간 12승이나 몰아치면서도 메이저 우승은 없었거든요. 하반기에 14개 대회 정도 출전 예정인데, 그 가운데 3개의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는 한 주씩 쉬면서 컨디션 조절 잘해 우승을 노려봐야죠."

Q. 국내 대회에는 안 나오나요?

"다음 달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8월 24일~27일)에 출전하는데, 많이 응원해 주세요"

이보미는 오는 31일 오전 출국해 8월 4일 개막하는 홋카이도 메이지컵 대회에 출전합니다. 이 대회는 지난해 그녀가 우승했던 무대로, 타이틀 방어와 함께 시즌 첫 우승을 노립니다. 두 달간 떨어져 지냈던 '보미 사단'의 단장, 어머니 이화자 씨도 이번 대회부터 딸과 동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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