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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 요청하러 간 사이 들어찬 물…안타까운 폭우 참변

<앵커>

갑자기 불어난 물에 반지하 방에서 90대 할아버지가 숨졌다는 소식, 어제(23일) 전해드렸는데 그 뒤에는 노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던 할아버지를 할머니가 혼자 가눌 수 없어서 밖에 도움을 구하러 나갔는데 그사이 물이 차올랐던 겁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인천 남동구의 한 주택가. 허벅지 높이까지 물이 찼고 집도 침수됐습니다.

어제 오전 9시 반쯤, 이곳 반지하 방에 살던 84살 안 모 할머니는 방 안으로 빗물이 들어오자 2층 집으로 다급히 올라갔습니다.

치매를 앓아 거동이 불편한 남편 95살 이 모 할아버지를 혼자 이동시키기는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신상준/이웃 주민 : 물이 차서 저기로 들어가니까 할머니가 나와서 119에 전화를 하려고 윗집에 부탁을 하는데….]

하지만 그사이 빗물은 반지하 방을 1m 이상 채웠고, 할아버지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신도 몸이 불편한 할머니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웃 주민 : 할머니도 귀도 잘 안 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이시고 그런데 물이 찼는데 할아버지를 들어 올릴 수가 없잖아요. 너무 슬퍼, 너무 무서워.]

이웃 주민들은 노부부의 부부애가 남달랐다고 말합니다.

주민센터는 형편이 어려운 이들을 관리대상으로 선정해 지원해 왔지만, 할머니는 남편만큼은 자신이 직접 돌봐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김창선/이웃 주민 : 상당히 부부애가 좋았고, 굉장히 화목하게 사신 분이었습니다.]

주민센터가 할머니를 겨우 설득해 요양보호사를 보낸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변을 당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영상편집 : 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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