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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텍사스 인신매매 참사…'78℃' 트레일러 갇혀 9명 사망

美 텍사스 인신매매 참사…'78℃' 트레일러 갇혀 9명 사망
멕시코 국경과 가까운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트레일러에서 시신 8구와 부상자 30명이 발견돼 연방이민국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한 명이 병원에서 추가로 숨져 전체 사망자는 9명으로 늘었습니다.

경찰은 불법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조직이 관련된 범죄인 것으로 보고, 국토안보부 이민세관국, 세 관국경보호국과 공조해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사망자들은 냉방장치가 고장 난 트레일러에 갇혀 있었으며, 뜨거운 차량 속에서 견디지 못해 질식, 호흡곤란, 뇌손상 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부상자 30명 가운데 10여 명이 중태여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샌안토니오 고속도로 변 월마트 주차장에 있던 트레일러에서 한 명이 뛰쳐나와 월마트 종업원에게 물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이 종업원은 물을 가져다준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트레일러 뒤편에서 사망자 8명과 부상자 30명을 발견해 부상자를 인근 7개 병원으로 나눠 후송했습니다.

이 가운데 중 일부는 응급처치 도중 측정한 심박 수가 분당 130회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심각한 뇌 손상이 우려되는 상태입니다.

찰스 후드 샌안토니오 소방국장은 "트레일러에 있던 사람들을 만져보니 피부가 매우 뜨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부상자 가운데 2명은 학생 연령대의 청소년이며, 최연소자는 15세이었습니다.

시신 8구는 전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아 일단 꼬리표를 붙여 인근 벡사카운티 검시소로 옮긴 뒤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맥매너스 샌안토니오 경찰국장은 "끔찍한 비극"이라면서 "우리는 오늘 밤 인신매매 범죄의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트레일러의 에어컨이 고장 난 상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트레일러 안에 물이 있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전날 오후 샌안토니오 지역 기온은 섭씨 38.3도였으며, 밤 10시에도 3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월마트 CCTV를 통해 주차된 이 트레일러로 차량이 다가와 살아 있던 탑승자 일부를 데려간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트레일러 운전자는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의 신원은 플로리다주 클리어 워터에 거주하는 60살 제임스 매슈 브래들리 주니어로 확인됐습니다.

연방 검찰은 그를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트레일러가 어디에서 왔는지, 샌안토니오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애초 트레일러 안에 100명 이상이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발견된 38명 외에는 중간에 탈출했거나 다른 차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검찰은 성명을 통해 "끔찍하게 잘못된 외국인 밀입국 시도를 발견했다. 모든 희생자는 인간의 생존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무자비한 인신매매 범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비극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희생자들은 수송자에 의해 무력하게 얽매여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텍사스 오스틴대학 한 전문가는 "전체가 금속 소재로 이뤄진 트레일러 구조로 볼 때 차량 내 온도가 섭씨 78도까지 치솟았을 수 있다"라며, "차는 마치 움직이는 오븐 같았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샌안토니오 사건 현장은 미국과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사이의 국경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2003년에도 텍사스 남부에서 멕시코 출신 밀입국자 19명이 버려진 우유 수송 트레일러에 갇혀 집단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었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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