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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폭염 속 물 부족 사태…로마, 제한급수 위기

이탈리아 수도 로마 시가 30도 중반을 훌쩍 넘는 무더위 속에 물마저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몇 달째 변변한 비가 내리지 않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로마의 상수원 중 하나인 호수 수위가 급격히 낮아짐에 따라 이번 주 후반부터 제한급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3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 등 언론에 따르면 로마 시가 속한 라치오 주는 로마 북부 브라치아노 호수의 물이 고갈됨에 따라 오는 28일부터 이곳에서 물을 끌어가는 행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니콜라 진가레티 주지사는 "브라치아노 호수의 수위가 너무 많이 내려가 환경 재난 위기에 직면했다"며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로마 북쪽 30㎞ 지점에 위치한 브라치아노 호수는 로마의 주요 상수원 가운데 하나다.

극심한 가뭄으로 수자원이 급감, 가뜩이나 급수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마시상수도공사(ACEA)는 이번 조치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특정한 시간에만 수돗물을 공급하는 제한 급수를 검토해야 하는 처지로 몰렸다.

ACEA 관계자는 "지난 2년 동안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으로 로마 시의 상수원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데다 폭염이 지속돼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상수도망에 유입되는 수량의 대폭 감소로 엄격한 제한급수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한급수 시행 시 지역별로 8시간씩 단수가 이뤄질 것으로 언론은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라치오 주가 150만 명 로마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아무런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내렸다며 비판했다.

진가레티 주지사는 집권 민주당 소속이고, ACEA를 관장하는 로마 시의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은 제1야당 오성운동에 속해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사전 협의가 원활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진가레티 주지사는 이에 대해 "로마가 브라치아노 호수에서 끌어가는 물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며 "물을 실제로 끊기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ACEA는 그사이에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비극"이라며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의 탈퇴 결정을 내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곳으로 데려와 환경 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강수량이 평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심각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로마 시는 이달 초부터 시내 대다수의 음용 분수대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가정용 수도로 정원에 물을 주고 세차를 하는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등 물 낭비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마에는 올해 들어 지난 6개월 동안 비가 내린 날이 단 26일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의 88일에 크게 미달한 형편이다.

농민 단체 콜디레티에 따르면 로마뿐 아니라 이탈리아 전역이 올해 들어 심각한 가뭄의 영향을 받은 탓에 농작물, 유제품 생산 등 농업 분야에 20억 유로(2조6천억 원 상당)의 피해가 예상된다.

ANSA는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사르데냐 등 10개 주가 가뭄으로 인한 자연재해 상태를 선포해줄 것을 중앙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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