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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집권여당 의원님들의 '나 하나쯤이야'

[취재파일] 집권여당 의원님들의 '나 하나쯤이야'
지난 토요일(22일), 11조 333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이다.
 
45일이라는 숫자가 말해주듯, 과정은 험난했다.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그랬다. 전날 밤 심야회동 끝에 이례적으로 토요일 날 아침 본회의를 열었지만 1시간 넘게 아무 것도 못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표결 직전 집단 퇴장하면서 의결 정족수인 150명을 못 채웠기 때문이다. “10분만 더 기다리겠다”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최후통첩이 있고 나서야 간신히 정족수를 넘겨 추경안이 처리됐다.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한바탕 가슴을 쓸어 내린 여당은 화살을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돌렸다. “여야 합의 처리를 약속해 놓고 자유한국당이 집단 퇴장해 신사협정을 깼다”고 했다. 그럴 만했다. 이날의 ‘프로불참러’는 단연 자유한국당이었다. 소속의원 107명 중에 76명이 회의에 불참했다. 전날 참석을 조건으로 본회의 연기에 합의했던 여야(與野)였다. 공조를 약속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각각 10명, 7명의 국회의원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은 건 단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 불참 의원 숫자였다. 모두 26명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소속 의원(120명)의 20%가 넘었다. 결국 전날 밤까지만 해도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끼리 본회의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던 우원식 원내대표가 한국당 의원들을 찾아가 본회의 참석을 읍소하는 민망한 장면이 빚어졌다.
추경 (사진=연합뉴스)
추경안은 퇴장했던 한국당 의원 31명이 다시 입장하면서 통과될 수 있었다. “한국당이 발목잡는다”고 욕은 하면서도, 결국 그 한국당 아니었으면 추경 처리도 못할 뻔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추경안이 통과된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렸습니다. 여도 야도 저는 패자라고 봅니다. 승자는 없다고 봅니다.”
 
▶ 관련기사 : 추경 몽니에 발만 동동…정세균 의장 "與도 野도 패자" (07.22 8뉴스)

● 결국 집안 단속 못한 더불어민주당
 
양비론을 떠나 누구의 잘못이 더 큰 것인가는 각자 판단할 수 있다. 본회의 참석이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 중 하나라고 한다면 무더기 불참한 자유한국당은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야당이 발목 잡는다’며 추경을 주도해오던 민주당이다.

어제(23일) 민주당이 해명했듯 26명 의원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지만, 45일 만의 추경 처리를 눈앞에 두고 집안 단속 못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원내 전략의 부재와 부족한 결속력까지 마지막 순간에 노출하고 말았다. 체면을 구긴 것은 물론,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도 ‘말발’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공무상 출장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그리 중했다면 애초에 본회의를 멀찍이 미뤘어야 했다.
 
심지어 요즘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통령 지지율을 자기 지지율로 착각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권 출범 이후 연일 고공 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일부 의원들이 당과 자신에 대한 지지율과 동일시한 채 들떠 있다는 지적이다. 다소 과장이 섞인 표현이지만, 요즘 분위기로만 보면 전혀 허무맹랑한 말은 아니라는 게 여의도 정가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10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는 집권 여당의 절박함과 책임감은 다소 옅어진 것처럼 보인다.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정치권에 팽배한 국회의원들의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의식이다. 최악의 청년실업과 어려운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 추경’을 추진한다면서도 정작 마지막 순간에는 상당수의 국회의원들이 국회보다 개인 일정을 택했다.

대의명분보다 실리를 우선하고 큰 정치보다 자신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작은 정치에 매몰되는 모습이 또 한 번 재연된 셈이다. 불참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그런 것은 아닐테지만, 문제는 늘 보던 국회의 실망스러운 단면이 반복됐다는 데 있다. 집권여당 뿐만이 아니다. 협상에 참여하고도 본회의장엔 나타나지 않은 '어설픈 공조'를 보여준 일부 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 이후 출범한 새 정부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은 상상 이상이다. 기대감은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요구한다. 책임감은 커녕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국회의 ‘촌극’과 구태의 반복은 결국 국민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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