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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군 검찰 수사 내용 빼돌리다…피고인으로 법정 서는 변호사

[취재파일] 군 검찰 수사 내용 빼돌리다…피고인으로 법정 서는 변호사

이혜미 기자 param@sbs.co.kr

작성 2017.07.22 10: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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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군 검찰 수사 내용 빼돌리다…피고인으로 법정 서는 변호사
현직 변호사 A 씨. A 씨는 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A 씨의 신분은 사건의 변호인이 아닌 피고인, 형사사건의 당사자입니다.

지난달 말 관련 사건의 조사를 마친 검찰은 A 씨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혐의는 공갈미수와 뇌물공여. A 씨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 '투스타' 협박해 3억 원 요구

사건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법무관시험 합격 후 군에서 의무복무를 하던 A 씨는 당시 국방부 검찰단에 파견 근무 중이었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군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수사하는 군의 수사기관입니다.

2014년 3월, A 씨는 군 장성인 B 소장이 민간업체 관계자들과 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A 씨는 B 소장이 업체로부터 대가성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은 아닌지 조사에 나섰습니다. 군 장성의 비리를 조사하는 건 군 검찰의 정당한 업무수행이고,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A 씨는 수사관 한 명을 B 소장에게 보내 "업체와 결탁한 사실을 알고 있는 제보자가 있다"고 떠보며 내용을 덮는 대가로 "3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실제 제보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제보자가 돈을 요구한다는 식으로 B 소장을 은근히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입니다.

고민하던 B 소장은 돈을 건네지 않고 이같은 사실을 검찰단 상부에 알렸습니다. 검찰단은 A 씨가 B 소장을 협박하면서 과잉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그 결과 조사 과정에서 문제가 될 만한 정황을 확인했고, A 씨에 대해 감봉과 직위해제라는 징계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징계와 별개로 A 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A 씨는 원 소속 부대로 복귀했다가 1년 뒤 의무복무 기간을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이후 검찰단은 A 씨가 처벌받지 않은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민간인 신분인 A 씨를 군에서 처벌할 수는 없었습니다. 고민하던 군은 검찰에 공갈미수 혐의로 A 씨를 수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뇌물 건네고 수사 정보 '꿀꺽'

전역 후 A 씨는 서울의 한 법무법인에 들어가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합니다.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A 씨는 검찰단에서 함께 일하던 수사관들과 만남을 가졌습니다.

A 씨는 검찰단 수사관 8~9명에게 향응을 제공하며 현재 군에서 진행하고 있는 내사·수사 정보들을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수사관은 입을 다물었는데, 수사관 한 명이 몇몇 정보를 A 씨에게 흘렸습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수사관과 A 씨 사이에는 수백만 원의 돈이 오갔습니다.

A 씨는 빼돌린 수사 정보를 들고 건설업체를 찾아갔습니다. 당시 검찰단은 군 건설사업과 관련해 일부 업체가 리베이트를 건넨 정황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A 씨는 수사대상이 된 업체를 찾아갔습니다. A 씨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검찰단 출신이며 수사 중인 내용을 잘 알고 있다'거나 '사건이 잘 해결되도록 도와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본래 변호사는 법원에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다음 정식으로 사건을 수임해야 하는데, A 씨는 선임계도 내지 않은 채 영향력을 행사해주겠다며 업체들에게 대가를 요구했습니다.

A 씨가 수사 내용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군 검찰은 정보를 건넨 수사관의 신원을 확인하고 이 수사관을 군사 재판에 넘겼습니다. A 씨에 대해서는 앞선 공갈미수 혐의에다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됐습니다.

A 씨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 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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