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예보정확도 92%와 62%의 차이

[취재파일] 예보정확도 92%와 62%의 차이
기상청 예보정확도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기록적인 청주 폭우를 겪으면서다. 청주에 폭우가 쏟아진 지난 16일 기상청은 새벽 5시 예보에서 중부지방(강원 영동, 충청 남부 제외)에 30~8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예보가 나온 지 1시간 정도 뒤부터 청주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기상청은 6시 40분에 청주에 호우주의보를 발표하고 30분 뒤인 7시 10분에는 호우경보를 발표했다. 우연이었을까 청주에는 경보를 발표한 7시 10분부터 8시 10분까지 1시간 동안 91.8mm라는 청주 기상관측사상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다. 당일 청주에는 290.2mm라는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예보보다 적어도 3~4배 많은 양이다. 대부분 아침부터 오전 사이에 내린 비다. 짧은 시간에 폭포수처럼 비가 쏟아지면서 청주는 금세 물바다로 변했다.
청주 폭우 피해
청주 폭우 이틀 뒤인 18일에도 기상청이 예상하지 못한 폭우가 쏟아졌다. 당일 제주도 서귀포에는 16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서귀포 남원에는 오후 1시 17분부터 2시 17분까지 1시간 동안 112mm라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청주보다도 오히려 더 강한 집중호우다.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난리가 났다. 둘레 길을 걷던 사람이 한때 고립되기도 하고 차량이 물에 잠기고 주택이 침수되기도 했다. 서귀포에 폭우가 내리기 직전인 당일 11시 기상청은 제주도에 5~20mm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얼마나 될까?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기상청의 연평균 강수유무 정확도는 92% 수준이다. 일정시간 동안 특정 장소에 비가 내릴 것인지 안 내릴 것인지 92% 맞춘다는 뜻이다. 물론 강수량을 정확하게 맞춘다는 뜻은 아니다. 장마철에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져 85% 수준이다.

국민들도 기상청의 발표만큼 예보정확도가 높다고 생각할까? 기상청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기상청 예보의 체감정확도는 62%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발표한 강수유무 예보정확도 92%와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예보정확도 사이에는 30%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청주와 서귀포 집중호우 예보 모두 일반 국민들은 틀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에 최근 집중호우 예측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좋아질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아래는 기상청이 보내온 원문 그대로다.
 
<최근 호우 등 예측이 어려운 이유>

1. 기후/환경 변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유입되는 기류에 포함된 수증기량이 기후변화, 서태평양 수온 상승 등으로 증가하면서 가벼워지고(대기 불안정 가능성 상존) 강수의 재료가 늘어나는 추세

2.  강수의 국지성

고온다습한 기류에 가열이나 지형(해안, 산지 등) 효과가 더해지면서 장마전선 내에서도 비구름이 국지적으로 좁고 강하게 발달하는 특징을 보임

3. 수치모델 예측의 한계

장마전선이 뚜렷하게 분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지형과의 상호작용 등에 따른 격자 규모 이하 강수/구름대에 대한 예측 성능에 한계를 보임

 
<개선방안>
 

1. 예보관 역량 및 나우캐스팅 강화
중규모 이하 강수 메커니즘에 대한 예보관 분석역량 강화를 바탕으로 실황예보 및 실시간 전달체계를 구축

2. 변해가는 호우특성 연구 필요
특이기상연구센터를 통해 최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호우 및 비구름 발달특성(구조)에 대한 연구 추진

3. 수치예보모델 개선
연구를 통해 도출된 내용을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에 반영하는 등 국지성 호우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기 위한 개선 노력 필요


요약하면 최근 기후나 환경변화 등으로 집중호우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예보의 가장 기본적인 틀인 수치예보모델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정확도 향상을 위해 우선 예보관 역랑 강화와 함께 집중호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수치예보모델 개선을 통해 국지성 호우 예측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기상청은 지난해 8월 29일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참고자료 참고). 여름철 강수와 폭염, 늦더위에 대한 예측이 잇따라 빗나가면서 나온 대책이다. 대책에서 기상청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이 빈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보관의 학습 부족 및 심층연구 미흡, 수치모델 예측성능 개선 한계점 등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치밀한 분석과 함께 유능한 예보관 확보, 소통강화, 수치예측 기술력 확보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기상청
1년이 지난 지금 국민들은 또다시 기상청의 장마철 강수예보 능력을 묻고 있다. 물론 1년 만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해 즉시 또는 내년 상반기, 그러니까 올해 상반기까지 실행할 수 있는 단기 대책으로 유능한 예보관 확보 등 3가지 방안, 세부적으로는 예보관 자격제 실시 등 10가지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얼마나 많은 대책을 실행하고 있고 또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묻고 싶다.

기상청은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가지고 있는데 국민들은 그 그물로 아기 손가락만한 물고기까지 잡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손가락만한 물고기가 문제를 일으키고 피해를 준다면 손가락만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그물코를 줄여야 한다.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의 한계 등으로 국지성 집중호우를 100%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물코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과 실행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상청의 강수유무 예보정확도 92%, 일반 국민의 체감정확도 62%, 과감하게 그물코를 줄이지 않는 한 30%라는 차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참고자료>

▶ 기상청, 기상예보 정확도 향상 대책 (2016.8.29)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