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 때 걸치고 나온 옷 사흘째…3끼 모두 라면"

지난 16일 쏟아진 300㎜의 기록적인 폭우로 집에 물이 들이 차 졸지에 '수재민'이 된 청주 농촌 지역 주민들은 사흘째 같은 옷을 입고, 3끼를 모두 라면으로 때우고 있습니다.

똑같은 수해를 당했지만 도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침수 피해 시설 복구며 응급품 지원이 안 되는 '구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농촌 수재민들은 폭우로 인한 고통이 더욱 큽니다.

19일 아침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운암리 마을회관에 6명의 어르신이 모여 있었습니다.

노인 여섯 명 중 가장 '젊은' 문성심(71·여)씨가 라면 2개를 끓여 그릇 6개에 나눠 담았습니다.

사흘째 매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있는 노인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방구석 한쪽에는 생수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간이 식탁에는 라면이 담긴 그릇과 수저뿐, 다른 반찬은 고사하고 김치조차 없었습니다.

청주 도심에서 24㎞가량 떨어진 이 농촌 마을에는 음식이나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상점이 없는데, 마을에 하나뿐인 슈퍼도 물에 완전히 잠겼습니다.

문씨는 "운전할 차와 사람도 없고, 중국집 배달도 멀어서 안 된다"며 "물난리에 몸만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김치 한 통 가지고 나올 걸 그랬다"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지난 16일 300㎜ 폭우가 내리면서 하천이 순식간에 불어나 총 12가구가 사는 이 마을을 덮쳤습니다.

수마가 할퀴고 간 마을 골목은 냉장고, 보일러, 식기 등 가재도구와 가전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였고, 진흙 냄새와 물비린내가 뒤덮었습니다.

80㎡ 규모 마을회관은 다른 곳보다 2ｍ가량 높은 언덕에 위치해 사상 최악의 수해를 면했지만 비가 멈추고 찾아온 더위에 마을회관은 '찜통' 그 자체였습니다.

이재민들은 세탁기가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피난 온 옷차림으로 사흘째 생활하고 있습니다.

덮고 잘 이불도, 바닥에 깔 요도 없는 이곳에서 이재민 10여명이 쪽잠을 자고, 복구 작업을 도우려고 모인 이재민 가족들은 차 안에서 잠을 청합니다.

노인회장 안제훈(83)씨는 "도시에서 멀어서 그런지 구호 물품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당장 먹을 반찬과 갈아 입을 옷을 절실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