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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물관으로 가는 내연기관차

전기자동차, 산업의 지평을 바꾼다

[칼럼] 박물관으로 가는 내연기관차
▲ 볼보 자동차 광고
 
볼보, "2019년부터 신차는 전기 자동차만 만들겠다"

지난 5일 스웨덴의 볼보 자동차가 오는 2019년부터 신차의 경우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는 만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예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하칸 사무엘손 볼보 최고경영자는 이번 발표는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식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보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로서는 처음으로 내연기관으로만 구동되는 차량의 생산 중단 시기를 발표한 것이다. 볼보는 2025년까지 1백만 대의 전기자동차를 판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는 지난해 7만 6천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다. 테슬라는 이달부터 4천만 원 대 전기차 모델 3를 내놓으며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백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통 자동차 메이커들이 뛰어들면서 테슬라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볼트를 내놓은 GM에 이어 재규어와 아우디, 메르세데스,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3
프랑스의 르노사는 한번 충전으로 400km를 달리는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독일의 아우디와 포르셰도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달리는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일본 닛산 자동차의 니시카와 히로토 사장은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대부터 내놓는 신차들은 전기차를 주축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푸조와 시트로앵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의 PSA 그룹은 2023년까지 전체 판매차량의 80%를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량으로 채운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 각국 정부 잇따라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

폭스바겐에 이어 벤츠의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혐의가 드러나고, 미세먼지 등 공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내연기관자동차들의 입지는 급속히 좁아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잇따라 내연기관 자동차 시판금지 계획을 발표하고 나섰다.

니콜라스 윌로 프랑스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6일 “2040년까지 모든 휘발유와 경유차량의 판매를 중단하는 혁명적인 조치를 이루겠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따르면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프랑스보다 빠른 2025년까지 휘발유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일 연방 상원은 지난해 가을 203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차 판매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연방하원에서 법안으로 채택되지 않았지만 자동차의 종주국 독일에서도 내연기관 퇴출 움직임이 본격화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 국가 중국과 인도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다. 인도의 피유시 고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4월 “2030년까지 시판하는 자동차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4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일거에 전기차 시장으로 바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한다는 복안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기 버스까지 생산하고 있는 중국도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BYD 전기버스
● 내연기관 자동차는 언제 사라질까?

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자율주행 자동차의 개발 등으로 내연기관 자동차가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대세가 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2030년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는 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 1억 1천400만 대 가운데 40%인 6천 4백만 대 까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6년 내연기관 자동차의 점유율이 97%(9천만 대)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변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싱크탱크인 리싱크엑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내연기관차가 2020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30년이 되면 아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대에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2030년에는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전기차 비중만 6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긴 충전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라는 전기 자동차의 단점에 대한 개선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고, 배터리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전기 자동차의 보급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성능 개선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전기차가 내연기관을 대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의 최고경영자 아민 나세르와 로열 더치셸의 최고경영자 벤 판 뵈르던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슬라 공장 기가팩토리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1억 대의 차량 가운데 전기 자동차의 비중은 1%도 되지 않는 만큼 전기 자동차의 비중은 2030년에도 10%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생에너지가 신속하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으로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블룸버그에너지파이낸스(BNEF)는 지난 6일 2025년-2029년이면 전기차의 판매 가격이 내연기관 자동차 보다 싸질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의 대형금융기관인 UBS는 지난 5월 2018년 시점에서 전기차를 살 경우 전체 비용이 휘발유차와 같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도체의 메모리 집적도가 18개월마다 2배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의 성능도 그만큼 향상되고 가격은 싸지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 내연기관 자동차의 역사 130년 저무나

18세기 제임스 와트가 발명해 상용화한 증기기관은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기여했지만 열효율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많은 열을 품은 수증기가 대기 중으로 버려지는 외연기관이었기 때문이다.

19세기에 개발된 내연기관은 이런 외연기관의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하고 열효율을 높혔다. 독일의 기술자 오토(Nikolaus Otto, 1832-1891)는 실용적인 가스엔진을 개발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다임러 자동차 첫 양산 모델
이어 독일의 기술자인 다임러(Gottlieb Daimler, 1834-1900)는 1883년 실제 작동이 가능한 가솔린 엔진을 제작했다. 그리고 벤츠(Karl Benz, 1844-1929)는 1885년 자신이 제작한 가솔린 엔진으로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886년 1월 29일 벤츠는 자신이 개발한 자동차에 대한 특허를 받아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개발자가 됐고, 이 특허는 자동차의 출생증명서로 간주되고 있다.

● 에너지 효율 획기적 개선 전기차가 대세 

휘발유 자동차가 나온 지 130년이 지났지만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은 그다지 향상되지 못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토니 세바는 최근 저서 ‘에너지 2030’에서 자동차 엔진에 분사된 후 연소 또는 폭발해 바퀴에 전달되는 에너지는 투입되는 열량의 21%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나머지 79%의 휘발유나 디젤연료는 낭비된다는 얘기다.

토니 세바는 에너지를 열로 변환시키고 이를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에너지 효율이 99%인 전기자동차를 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테슬라 자동차의 ‘로드스터’는 전기의 88% 이상을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기존 자동차보다 4배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이용훈 교수도 전기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은 이미 휘발유 자동차의 효율을 넘어서고 있다고 말한다. 중유발전소의 발전효율은 최소 50%, 전기 모터의 효율은 약 90%, 배터리 효율은 약 80%로 중유를 에너지원으로 발전을 해 전기차에 공급하면 최종 에너지 효율은 36%(0.5x0.9x0.8=0.36)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발전효율은 중유발전소보다 훨씬 높은 최대 80%에 달하는 만큼, 열병합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활용하는 전기차의 효율은 57%(0.8x0.9x0.8=0.576)로 높아진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전기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이 휘발유 자동차의 2배에서 3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분석은 화력발전소에 화석연료를 투입해 생산한 전기를 활용하면 에너지 효율이 2배 이상이라는 것인 반면, 토니 세바는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발전 등으로 원료를 투입하지 않고 생산한 전기를 활용한다면 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이 내연기관 자동차의 4배 이상이 된다는 의미다.

물론 전기 자동차의 가장 큰 장점은 폭발에너지를 활용하지 않는 만큼 소음이 적고,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내뿜지 않는다는 것이다. 

엔진오일이나 미션오일을 갈 필요가 없고, 점화플러그나 점화코일, 발전기 같은 점화장치가 필요 없으니 고장이 거의 없는만큼 유지보수가 간단하다. 테슬라 자동차의 경우 대부분 기능은 무선으로 다운로드 받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엔진이 없으니 세금은 배기량이 가장 적은 경차 기준을 적용한다. 배터리 수명이 걱정이지만 그래도 10년 이상 쓰는데 문제가 없다고 전기자동차 회사들은 말한다. 

엔진과 동력을 전달하는 미션이 없으니 그 만큼 차체가 가볍고 간단하며 실내공간은 넓다. 네 바퀴에 모터를 독립적으로 달아 회전과 제동, 구동능력이 탁월하다. 가속페달을 밝으면 튀어나가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는 차단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밝으면 제동하는 힘을 전기로 만들어 다시 충전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거의 완성단계에 와 있는 자율주행 기능이 접목되면, 2020년 이후 에너지와 수송분야에 혁명적인 변화가 몰려올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 전기차 확산 속도 갈수록 빨라진다

지난 6월 북유럽 국가 노르웨이의 전기차 판매 규모는 3천 946대로 배 이상 늘어났다. 휘발유 하이브리드와 디젤 하이브리드 등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합한 신차 판매 비중은 52.7%로 처음으로 순수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 판매보다 많아졌다.
독일의 전기차 판매 추이
독일의 지난 6월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자동차 판매규모는 4천 6백 99대로 1년 전보다 177% 늘어났다. 전체 자동차 판매 가운데 전기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43%로 아직 낮지만 전기 자동차 판매 증가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처럼 전기 자동차도 아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이 없이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의 발전으로 전기 자동차의 경제성은 곧 내연기관 자동차를 앞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해가 없고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 전기 자동차를 내연기관 자동차가 이길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석기시대의 종말은 돌이 부족해서 오지 않았다.’는 말처럼,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의 시대, 그리고 석유를 폭발시켜 에너지를 얻는 내연기관의 시대는 석유가 부족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경제적이고 깨끗한 전기에너지가 확산하면서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토니 세바는 말하고 있다.

새로운 전기에너지의 시대,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내연기관이 지배하던 산업의 지평을 바꿔놓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 자동차는 자율주행 기능과 맞물려 차세대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국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 획기적인 투자가 요구되고 있다.
국가별 전기차 판매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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