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종합 전형, 왜 '금수저 전형'이라고 불릴까?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작성 2017.07.10 18: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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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급격하게 무너진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김 장관이 대입 전형 중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확대될 거로 예상되는 전형이 있습니다. 바로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전형인데, 줄임말로 학종이라고 하죠. 이 학종이 교육의 사다리가 아니라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기획취재부 박하정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학종, 어떤 전형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학종은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을 말합니다.

교과성적뿐 아니라 각종 수상 경력, 체험 활동, 봉사 활동, 소논문 등 비교과적인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학종으로 뽑는 신입생이 수시 모집의 32%이고, 특히 서울의 상위권 15개 대학들은 60% 이상을 학종으로 선발합니다.

비중이 점점 커져 대세 전형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지난달 열렸던 김상곤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학종에 관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장정숙/국민의당 의원 : 학종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고 계십니까? 학부모들 사이에서.]

[김상곤/당시 교육부 장관 후보자 :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도는데 제가 그걸 여기에서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장정숙/국민의당 의원 :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금수저 전형'이라고 합니다. 들으신 적 있으시죠?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 따라서 대입 결과가 차이가 난다는 거죠.]

<앵커>

금수저 전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학종을 준비하려고 스펙을 갖추는 과정에서 부모의 재력이나 인맥 등 배경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학부모들의 증언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고3 수험생 학부모 박 모 씨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입시에서 학종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말에 박 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의 사교육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담료로 1백만 원부터 입금해야 한다고 해서 처음부터 놀랐는데 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전문 논문팀이 아이의 소논문을 써 준다, 봉사 활동도 매력적이고 기가 막혀야 한다면서 업체는 시골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다 해서 수천만 원이 든다는 말에 박 씨는 결국 생각을 접었다고 하는데요, 박 씨의 말 들어보시겠습니다.

[학부모 박 모 씨 : 10개월에 3천 5백만 원까지 말하는데…. 그거 투자해서 인생이 바뀔 수 있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다 하죠. 그러니까 가난한 집 아이들은 이전형으로 성공할 수 없는 거죠.]

<앵커>

결국 학생 스스로가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이나 정보력을 바탕으로 사교육 업체가 전형을 준비하는 셈이네요.

<기자>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면요.

대학원생이 대신 논문을 써준다고 해서 저희 취재진이 최근 학종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제출했던 소논문 3편을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서울대 박사 과정 대학원생 2명에게 고등학생 수준의 논문으로 보이는지 물었는데요, 대학원생들의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 박사과정 대학원생 : (대학원생이) 이런 정도로 기말과제를 써서 냈다. 그러면 A+ 당연히 줬을 겁니다. 보통 (대학원) 한 반 40명이면 그중에 한 3~4명 정도가 이 정도 수준에 다다를까 말까 하죠. 사후 검증에서 이런 분석 기법 자체가 중고등학교에서 절대로 배우지 않는 것들이고요.]

이런 증언이 나왔습니다.

학종에 지원하는 학생 능력이 원래보다 더 부풀려지고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사실 여러 학종 자료를 가지고 대학들이 어떤 평가 과정을 거쳐서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는지, 과연 공정했는지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학종은 깜깜이 전형이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앵커>

학교생활 중에도 이 학종을 위해 상위권 학생 몰아주기가 일어나고 있다죠?

<기자>

그러니까 성적 부풀리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건데요, 학생부 실적을 돋보이게 해 줄 좋은 기회들을 성적 좋은 학생들만이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학교생활 기록부에는 대학들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보는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이 실립니다.

대회 일정을 반드시 사전에 공지하도록 돼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에게만 대회가 열린다는 사실이 공지되고, 중하위권들은 공지조차 받지 못했다는 게 한 대학 1학년생의 증언입니다.

학교에 항의했더니 그럼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그러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또 취재진이 만난 현직 고등학교 진학 부장은,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을 주로 수행 평가 과정에서 부풀릴 수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현직 고교 진학 부장 : 교사가 알아요. '이 아이는 스카이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대학을 진학시켜야 할 아이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성적을 조금이라도 더 후하게 주는 거죠. 보탬이 되도록. (그러면 다른 학생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이게 선생님과 학생과 학부모가 담합하면 얼마든지 '성형'이 가능한 게 학생부예요.]

학종은 학생 개개인이 시험장에 가서 직접 자기 능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서류를 통해서 하게 되는 건데, 현직 교사조차 얼마든지 '성형'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학생부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이 전형을 무작정 확대하는 게 바람직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