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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현의 뼈아픈 실패…그럼에도 '리얼'을 사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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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이 말한 영화 '리얼'은 이런 이야기다.

"영화의 제목은 리얼이지만, 가짜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조직 보스 장태영(김수현)부터 가짜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 캐릭터를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여기고 '저 사람이 주인공이구나', '저 사람을 응원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테죠.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에스타'라는 장치를 눈여겨보셔야 해요. 그 약을 투여함으로써 자기가 원했던 이상향의 인격을 파생시킬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진짜 장태영은 누구고, 가짜 장태영의 정체는 뭘까?

"조직 보스 장태영의 본체는 르포 작가 장태영(김수현)입니다. 그 작가는 원래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일에만 눈을 반짝이는 워커 홀릭이예요. 그래서 자신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인격을 조직 보스 장태영으로 파생시킨 거죠. 투자자 장태영의 본체는 교통사고를 당한 자산가예요. 그는 식물인간 상태로 시에스타를 투여받았고, 환각에서 계속 자신이 원하는 또 다른 사람을 찾은 거예요. 그때 최진기(이성민)의 설계로 작가 장태영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그 사람의 또 다른 자아인 조직 보스 장태영을 따라 하고 끝내 없애려고 해요. 결국 이 영화는 두 사람에게 다른 자아 두 개가 등장하는 겁니다.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설킨 게 아니라 따라쟁이가 진짜를 따라 하는 이야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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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과의 인터뷰에서 첫 질문은 영화를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영화를 봤음에도 무얼 본 건지 모르겠다는 말은 영화 담당 기자에겐 다소 부끄러운 고백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이는 대로,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하는 것은 오독의 여지가 너무 크다고 여겼다. 그래서 영화의 주역인 배우에게 반드시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다.

"이 영화가 함정에 빠지기 쉬운 구조라는 것을 인정해요. 저도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틀리고 검사받기를 반복했어요. 그렇게 정답을 찾아 나갔죠. 그래서 지금의 반응들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배우 스스로 영화의 난제로 시나리오를 꼽은 셈이다. 그는 숙제를 풀듯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답을 찾았다고 했다. 문제는 영화를 본 대다수 관객은 배우처럼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관객들이 느끼는 혼란에 대해서는 "'리얼'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영화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한 팁을 알려달라고 하자 "사실 이 영화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영화예요. 단순히 1인 2역이 아니라, 여러 인격이 나오니까 그것을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극 중에 이유 없이 나오는 인물은 없어요. 다 의미가 정해져 있거든요."라고 강조했다.

복잡한 이야기와 1인 다역이라는 연기적 부담을 안고도 이 영화를 선택한 데는 남다른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김수현은 "겁이 많이 났죠. 그래도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색깔과 매력의 수 때문에 포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이것에 도전함으로써 지금까지 공부하고 습득해온 것들을 한데 몰아서 표현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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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수현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남성미 넘치는 조직 보스부터, 여성성이 엿보이는 투자자, 그리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르포 작가까지 1인 3역에 가까운 캐릭터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데뷔 후 최초로 노출 연기까지 감행했다.

'리얼'이 김수현의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인 것은 맞다. 문제는 그 화려한 개인기가 영화의 완성도와 어우러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극 초반 화제가 된 엉덩이 노출 신에 대해서는 "제 것 맞습니다."면서 "미지의 영역이다 보니 겁도 많이 난 건 사실이에요. 부담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장태영의 끝을 표현해보고 싶었거든요."라고 말했다.

개봉 전부터 문제가 된 감독 교체에 대한 질문도 피하진 않았다. '리얼'은 이정섭 감독 체제로 촬영까지 마쳤지만, 후반 작업에서 생긴 이견으로 제작사의 대표이자 이부형제인 이사랑으로 감독을 교체했다. 영화계에선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전 감독의 횡령설부터 두 형제의 편집권 침해에 대한 루머도 돌았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영화의 중심인 김수현이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두 감독님과 함께 캐릭터들을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했습니다. 촬영을 마칠 때까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 후에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결국, 이사랑 감독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태프나 배우들 사이에서 이를 두고 이질감이 있지는 않았어요."

이정섭 감독의 방향성으로 갔다면 영화가 좀 더 친절했겠느냐라는 질문도 던져보았다. 김수현의 답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을 거예요. 이 영화는 어떻게 해도..."라고 에둘러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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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연기로 남의 인생을 산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태영과 비슷한 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 김수현이 꿈꾸는 '진짜에 대한 이상'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아직은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우선 사람들에게 배우로서 신뢰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목표이기도 하고요."

김수현은 올해 서른이 됐다. 그야말로 숨 가쁘게 달려왔고, 국내를 넘어 아시아를 주름잡는 스타로 성장했다. 자신의 20대를 돌아본다면 어떻게 평가내릴까. 배우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괴리감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김수현으로서는 많은 것을 누렸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사람들의 배려라던가 위해주는 마음에 대해 당연시하는 마음도 커졌고요. 그걸 뒤늦게 깨달았을 때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어요. 제가 어느 순간 공주님이 되어있더라고요. 이대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는 배우 김수현과 인간 김수현의 거리감을 많이 좁혔어요. 나를 좀 더 내려놓게 되고, 여유를 찾았거든요. 곧 군대를 가요. 군대를 다녀온 후 본격적으로 30대가 시작되면 어느 쪽으로든 색깔이 진해진 김수현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김수현은 20대의 마지막 작품으로 '리얼'을 선택했다. 그리고 첫선을 보인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20대의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 마음은 영화에 대한 뼈아픈 혹평들이 난무하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10년간 열심히 도전했고, 습득했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을 다 쏟아부은 게 '리얼' 이에요. 이 영화가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저는 굉장히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표현해봤기 때문에 좀 더 애착이 가요. 그야말로 불태웠거든요"

<사진 = 키이스트 제공>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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