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끝에 34년 만에 판결이 뒤집힌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 당사자들의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9일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고 최을호 씨와 고 최낙전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항소 기한인 6일까지 법원에 항소장을 내지 않아 무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사망한 만큼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간첩죄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최근 판례도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간 과거사 사건에서 재심 결과에 대한 검찰의 항소·상고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비판 기류가 검찰의 태도를 변화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김제 가족간첩단 사건은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 씨가 북한에 나포됐다가 돌아온 뒤 조카인 최낙전·최낙교 씨를 포섭해 간첩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처벌받은 사건입니다.
이들은 경찰의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40여 일 동안 고문을 당하고 서울지검 공안부에 넘겨져 수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낙교 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 구치소에서 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1983년 3월 최을호 씨에게 사형을, 최낙전 씨에게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항소와 상고는 기각됐습니다.
최을호 씨는 1985년 10월 사형당했고, 최낙전 씨는 9년을 복역하고 나와 보안관찰에 시달리다가 석방 4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러나 34년 만의 재심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사과정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문에 의해 작성된 경찰 진술조서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