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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정책은 왜 항상 일관성이 없을까?

국민합의에 따른 공통의 목표가 없기 때문

[취재파일] 우리 정책은 왜 항상 일관성이 없을까?
새 정권 출범 이후 비정규직 축소와 불공정 거래 규제, 美·中 사이의 사드 줄타기, 통제가 안 되는 북한 문제 등을 비롯해, 생활 가까이는 외고 폐지와 경유값 인상 파동에 이르기까지 주요 현안을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 와중에 항상 빠지지 않는 비판과 아쉬움 역시 함께 제기됐다.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변화 가능성이 과도해지면서, 정책 일관성의 부재가 또 부각된 것이다.
아파트 건설 현장
아파트 건설 현장과 노동자들
언론, 학계, 시민단체, 기업연구소 등에선 각자의 이해관계에 걸린 사안을 두고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며 제각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정책 일관성은 곧 예측 가능성이다. 예측 가능한 사회여야 구성원들이 자신의 방향을 설계하고 비용을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예측이 불가능하면 모든 곳에 대비를 해야 하기에 비용과 피로감이 급격히 올라간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런 부분을 언급했었다. 취임 직후였던 지난 5월 26일 박근혜 정부 각료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정권교체 때마다 이전 정부의 잘했던 일마저 모두 폐기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정권교체에 따라 정책이 180도로 바뀌는 데 대한 사회적 비용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몸으로 겪은 당사자가 바로 문 대통령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무위원들과의 오찬
하물며 같은 성향의 정권이 물려받아도, 이전 정부의 정책을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우리 과거사로 볼 때, 이른바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 교체된 지금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좋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의미가 크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정책은 정권이 지향하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다.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은 정권의 목표가 수시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일관성은 한국의 정권이 지향하는 목표의 일관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역대 우리나라 정권들은 이념이나 성향을 초월해 국민 모두를 이끌 목표가 있었던가. 그런 목표가 없었다면 큰 틀의 정책 일관성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緣木求魚(연목구어)’에 불과하다.

독일은 분단국가였고, 제조강국이란 측면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그들의 현대사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냉전시대 사민당 출신의 빌리 브란트 총리는 동서간의 화해정책인 동방정책을 입안했다. 이후 정권을 잡은 기민당의 콜 총리는 동방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발전시켜 통일 독일의 꿈을 이뤘다.

노동문제에 대한 해법에서도 비슷한 역사가 비춰진다. 1990년대 말 슈뢰더 총리는 노동개혁을 추진하다 노동계 역풍을 맞고 정권을 내놨지만, 그 개혁안은 다음 정권에도 계승돼 현재 독일경제의 초석이 됐다.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 것은, 옳은 방향에 대해선 이념과 성향을 떠나,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리더의 판단과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독일과 다른 점은 뭘까? 그것은 아직까지 우리는 독일처럼 앞뒤의 리더들이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는 목표도 없었고, 그런 목표를 위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대타협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목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고, 목표가 정권 따라 수시로 바뀌니, 수단인 정책은 당연히 일관성을 가질 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조만간 또 한 번 이해관계자간 대타협과 사회적 합의라는 거창한 화두를 만날 것이다. 이는 중요하지만 국민들에겐 관념적이고 식상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모든 정권이 예외 없이 시도했지만 有耶無耶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일, 외교, 안보, 교육, 환경, 일자리 같은 큰 현안에서 장기적으로 우리가 공을 어디로 찰 지 골대, 즉 큰 목표를 정해줘야 한다. 골대가 수시로 바뀌면 게임을 진행할 수 없다. 정책은 전술이기에 유연하게 적용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상대편 골대, 즉 목표로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정책 일관성이 바로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 간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타협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다. 어려운 시기 독일의 리더들이 그랬던 것을 우리 지도자들에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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