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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운전석 앉겠다' 한 文 대통령, 독일서 '경로' 밝힐까

독일 재단 초청 연설서 한반도 평화 관련 구상 내놓을 듯<br>'민주정부 10년 수준 남북관계 회복 강조' 관측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통해 한반도 이슈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점에 대한 미국측의 지지를 끌어내면서 남북 관계와 관련해 내놓을 다음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정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동안 마비됐던 한·미 정상외교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구하려는 노력 역시 본격화할 분위기여서 문 대통령의 구상이 더욱 주목받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미국에서 돌아오기 직전 열린 동포 간담회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하겠다"고 해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암시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통일'이란 목적지를 향해 어느 경로를 거쳐 어떤 속도로 갈지가 최대 관심사가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구상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다음 무대는 G20 정상회의 목적으로 방문하는 독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독일 방문 기간 중 베를린에서 메르켈 총리와 회담하고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동·서독 통일을 이룬 곳인 만큼 문 대통령의 통일 구상을 밝힐 만한 명분도 충분한 데다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도 예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을 방문해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등을 골자로 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발표할 메시지를 두고 지난 9년간 보수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점을 고려하면 높은 차원에서 당장 속도감 있게 관계를 개선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정권이 들어선 뒤로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수차례나 강행, 국제사회의 여론 악화를 자초한 만큼 섣불리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상대적으로 남북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됐던 민주정부 10년 때 수준의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무게감이 실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남북 정상회담 17주년 행사에서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로 되돌아가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때 문 대통령은 "저는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어떻게 이행할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잇단 도발로 북한이 미국, 일본 등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상황을 차치하고 북한이 대화의 의지만 보여준다면 한반도 이슈의 주도권을 쥔 우리가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이끌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낮은' 단계의 협력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방법을 비롯해 추석 때 이산가족 상봉 등이 현안으로 언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남북 화해 정책이 지속할 때의 궤도로 진입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라며 "최종 내용은 안보실과 연설비서관실 등이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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