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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배우의 연기?"…베네수엘라 헬기공습 음모론 증폭

현지시간 지난 27일 베네수엘라 대법원과 내무부를 노린 헬리콥터 공격을 두고 일각에서 음모론이 나오는 가운데 용의자, 즉 헬기를 조종한 오 스카르 페레스의 정체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AP통신과 BBC방송,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페레스의 배우 활동 이력 등 석연치 않은 점들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이 정국 혼란을 수습하고 반대파를 탄압하려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꾸민 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페레스는 '베네수엘라 범죄수사대'로 알려진 과학수사 경찰에 15년간 몸담은 경찰관으로, 항공 부대에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요원으로 알려졌습니다.

2015에는 납치 피해자를 구하는 엘리트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정지된 죽음'이라는 베네수엘라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페레스는 과거 현지 언론과의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 자신이 "헬리콥터 조종사, 전투 다이버, 자유로운 낙하산 부대원, 아버지, 반려자, 배우"라며 "죽음은 진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나는 집에 돌아올지를 모르고 거리에 나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또 그는 "깡패가 승리한다는 텔레비전의 메시지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의 범죄 가담을 막기 위해 영화 제작과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페레스는 언론 인터뷰와 인스타그램에 올린 총격 스턴트 장면 사진 등을 통해 '실생활 액션맨'을 표방해왔다고 AP는 전했습니다.

페레스가 헬기공습 당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도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페레스는 이 영상에서 복면을 쓰고 무장한 남성 4명이 보는 앞에서 극도로 언짢은 표정으로 성명을 읽어나갔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베네수엘라를 되찾자"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페레스는 자신이 군, 경찰, 민간인이 뭉친 반정부 연합 소속이라고 주장했으나 아직 베네수엘라 국내외 단체와 그의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페레스의 이력에 비춰 베네수엘라 야권에서는 이번 일이 마두로 대통령 측이 꾸민 자작극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대법원 상공에 헬기가 나타나 대법원 건물을 향해 사격과 수류탄 공격을 가한 사건 자체가 '연기' 아니었냐는 겁니다.

실제로, 이날 생방송으로 언론과 대담 중이던 마두로 대통령은 공습 소식이 전해진 뒤 기다렸다는 듯이 "이번 공습은 테러"라고 규정짓고는 다행히 수류탄이 불발돼 대규모 참사를 면할 수 있었다며 공포심을 부각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페레스가 미겔 로드리게스 토레스 전 내무장관 밑에서 헬기 조종사로 일한 적이 있다며 반정부 세력을 이끄는 토레스 전 장관의 연루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또 페레스가 미국 중앙정보국의 지원을 받았다면서 베네수엘라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을 탄압하는 구실로 이번 사건을 이용해 공포를 확산하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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