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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의 별난 국가(國歌) 사랑법

[월드리포트] 중국의 별난 국가(國歌) 사랑법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7.06.27 17: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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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국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어떤 자세를 취하십니까? 유명 야구선수가 야구장에서 거수경례를 한 일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국기법 시행령 조항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대고 경의를 표하도록 돼 있습니다. 딱히 시행령 규정을 모르더라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익히는 방법이죠. 왜 그렇게 하는 건지, 그렇게 안 하면 처벌을 받는지 등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인들은 깊이 고민해야 할 거 같습니다. 중국 최고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 천궈링이 한 말 때문인데요, 천궈링은 중국인들이 국가(國歌)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고 경의를 표시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 행동이 바로 '미국식'이라는거죠. 천궈링은 중국 젊은이들 특히 운동선수들이 맹목적으로 '미국식 경례'를 따라한다며, '중국식'을 따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가 말한 중국식은 국가가 울려 퍼질때 아무런 동작을 취하지 않고 차렷 자세로 서 있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인들이 천궈링의 발언을 그냥 말로만 흘려보낼 수 없는 건 이 발언을 한 시점이 중국 국가(國歌)와 관련한 특별한(?) 법안을 만들고 난 뒤이기 때문입니다. "起來(일어나라) 不愿做奴 隸的人們(노예가 되기 싫은 사람들아) 把我們的血肉(우리의 피와 살로) 筑成我們新的長城(새로운 장성을 쌓자)"...이런 가사로 시작하는 '의용군 행진곡'이 중국의 국가(國歌)입니다. 1935년에 티엔한이 작사했고, 녜얼이 작곡한 이 노래는 1949년부터 중국 국가가 됐죠. 전인대에 제출한 그 특별한 법안은 중국의 국가인 이 '의용군 행진곡'을 '무분별하게 남용'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가를 남용한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선뜻 이해가 안되는 되지 않는데, 법안에 소개된 국가 남용의 예는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우선 장례식장에선 국가가 울려선 안됩니다. 장례식장에서 국가가 울려 퍼지면 그게 바로 국가를 남용하는 것이란 얘깁니다. 공공장소에서도 배경 음악으로 국가를 사용해선 안됩니다. 사람들이 경의를 표하지 않는 장소에서 국가를 트는 것은 국가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겁니다.

악의적으로 곡을 변형시키거나 개사를 하는 경우도 금지합니다. 상업적인 광고에도 국가를 사용하는 것도 안되고,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녹음도 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국가를 남용하는 사례에 해당하면 그 당사자는 최대 보름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강력하게 처벌해야 국가의 권위도 살리고, 애국심도 고취시킬 수 있다는 게 션춘야오 전인대 입법분과의장의 설명입니다.
 
우리나라 국가인 애국가도 태극기와는 달리 법률에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탭니다. 대통령 훈령인 '국민의례 규정'에 머물러 있죠. 애국가에 법률적인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여러 차례 입법 시도를 했지만 무산됐고, 지금 국회에서도 또다시 국가법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일부 의원들이 발의한 국가법엔 애국가를 각종 행사 및 의식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놨고요, 임의로 변조해선 안된다는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처럼 공공장소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애국가를 편곡, 개사를 했다고 해서 감옥에 보내버리겠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사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의용군 행진곡이 아직까지도 표준 버전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10개 이상의 다양한 버전이 행사에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중국 정부는 대학생들 중에 의용군 행진곡 가사를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많은 데다 젊은이들이 의용군 행진곡을 편곡이나 개사를 해서 사용하기도 한 게 못마땅한 것 같습니다. 가끔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될 때 공공장소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가 터져나오는 걸 보면서 중국 정치인들 입장에선 이대로 둬선 안되겠다고 생각한 거 같습니다.

당연히 국가 상징물에 대한 권위를 회복하고 애국심을 고양하는 일은 모든 국가 사회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개인주의 사고가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선 그 필요성이 더 강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 상징물 그 자체에 대한 맹목적인 애착이나 강력한 규제로 억지로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 가능한 일인지, 바람직한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 개개인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는 게 우선돼야 국가는 물론 상징물에도 애정이 수반되지 않을까요? 그런 차원에서 국민을 감옥에 보내서라도 권위를 지키겠다는 중국의 유별난 국가(國歌) 사랑법이 의아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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