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여성이 공사장 한가운데서 굴착기를 가로 막고 서 있습니다. 여성은 인근의 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입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적어도 통학시간만이라도 공사를 멈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전 관리책임이 있는 구청은 뭘 하고 있는 건지, 박찬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초등학생들이 뛰어갑니다. 신호등이 없다 보니 아침 등굣길부터 불안해 보입니다.
아이들 눈높이로 걸어보면 어떨까? 멀어 보이는 횡단 보도를 건너 사실상 차도나 다름없는 학교 담장 길을 걸어야 합니다.
키를 훌쩍 넘는 차 한 대가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도 합니다.
[양승이/학부모 : 큰 차 운전하시는 분은 작은 아이들이 안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작은 아이가 툭 튀어 나갔을 때 사고가 난다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죠.]
차도와 인도를 구별해주는 건, 26개의 플라스틱 안전 봉뿐입니다.
하지만 안전 봉은 차량에 자주 부딪혔는지 완전히 뽑혀 있거나 흔들리는 상태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공사가 시작되다 보니 등굣길이 더 위험해진 겁니다.
[김명성/초등학교 3학년 : 횡단보도가 잘 안 돼 있어서 지나가다가 차에 한 번 스친 적 있었어요.]
[전시우/초등학교 3학년 : 차 한 대가 지나가니까 간 줄 알고 건너다가 갑자기 공사차량이 또 와서 놀라서 그냥 뛰어갔어요. 무서웠어요. 거기로 다니지 말아야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장 선생님이 직접 나서 아침, 공사 시작 시각을 늦춰달라며 포크레인 앞에서 항의에 나섰습니다.
건설 회사 측은 선생님과 학부모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등교 시간에는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보도블럭으로 된 인도가 없어 횡단보도도 그릴 수 없다던 관할 영등포구청도, 학교와 가까운 횡단 보도 설치를 서두르는 등 통학로 개선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최대웅, 영상편집 : 박정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