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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착수한 숭의초 폭행 사건…'면죄부 의혹' 진실은?

<앵커>

SBS가 보도한 서울 숭의초등학교의 학교 폭력 사건, 지난주 큰 논란이 됐습니다. 학교 측의 사건 처리가 부적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감사를 하고 있는데요, 기획취재부 장훈경 기자와 이 사건에 대해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사건 내용부터 정리해 보죠. 지난 4월 학교 수련회에서 벌어진 일이죠?

<기자>

폭행 사건을 두고 주장과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데요, 피해자 측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3학년 류 모 군의 말입니다.

[류모 군 (피해 아동)/사건 직후 녹취 : 누가 깔아뭉개면서 '팍' 하면서 '팍' 이렇게 했어요. (아파서) 처음에는 (작게) '으앙' 이렇게 울었어요. 그리고 심해져서 (크게) '아악' 하면서 울었어요.]

피해 학생은 수련회장 방에서 혼자 이불을 갖고 이불 아래서 텐트 모양을 만드는 텐트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같은 반 아이 네 명이 밟고 나무막대기와 야구방망이로 때렸다고 말합니다.

류 군은 강한 충격을 받을 경우 근육 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았는데요, 이 어린이를 진단한 손석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가 학교 폭력 상황 자체를 굉장히 큰 상처로 받아들였고 악몽, 불안에 시달린다"고 말했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들 측은 이불 위에서 뛰고 방망이로 이불 위를 때린 건 인정하고 있지만, 밑에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고 그랬다, 그리고 야구방망이도 플라스틱 장난감 방망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학교가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는 없다고 결론을 이렇게 내린 거죠?

<기자>

숭의초등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서 고의로 폭행한 게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이고 학교 폭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가해 아동들에게 아무런 처분도, 피해 아동에 대해 아무런 보호 조치도 하지 않았는데요, 학교가 내린 결론의 핵심은 고의성 없는 폭력이었다는 것인데 사건 발생 나흘 뒤 아이들이 쓴 초기 진술서를 보면 한 어린이는 피해 학생인 류 군이 얼굴을 내밀어 이불 아래 있단 걸 알면서도 계속 깔아뭉갠 어린이가 있다고 썼습니다.

담임교사도 사실은 친구가 있는지 알고도 계속 밟는 걸 봤다고 한 남자 어린이가 자신에게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학교는 이불장에서 이불을 내리다 밑에 있던 어린이가 이불에 깔려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 아이들이 모르고 이불 위에서 뛰고 야구방망이로 때린 거로 결론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불장의 폭이 1m 정도인데, 키가 130cm 정도인 류 군이 이 이불장에서 내린 이불에 가려 처음에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는 게 피해 아동 부모의 입장입니다.

<앵커>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 중에 재벌 회장의 손자도 포함돼 더욱 주목을 받았는데요, 아예 사건 현장에는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죠?

<기자>

재벌 회장 손자, A 군이라고 하겠습니다.

학교의 결론은 A 군은 현장에 있지 않아서 가담하지 않았고, 또 가해 사실도 없어서 사과나 화해의 권고 대상에서도 제외했다는 겁니다.

이 A 군의 엄마라는 분은 지난 19일 저희와의 통화에서 "아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건 그냥 기정사실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담임교사도 "A 군은 방 바깥에 있었다"고 저희에게 말했는데요, 지난 12일에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 2차 회의록을 보면 A 군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고 한 거로 돼 있습니다.

수련회장의 화장실은 야외가 아니라 방 안에 있는데요,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열린 학폭위 1차 회의록에는 A 군이 밖에서 돌아와 보니 방에서 친구들이 이불 위에서 뛰며 이불을 때리는 걸 목격한 거로 기록돼 있습니다.

1일에는 방 안에, 12일에는 방 안에 있는 화장실, A 군 측과 취재진이 통화한 19일 이후엔 야외로, 시간이 지날수록 A 군의 위치가 사건 장소에서 더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A 군의 폭행 가담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런 말의 변화는 유념해서 살펴볼 대목이라고 판단합니다.

<앵커>

서울시교육청이 특별장학을 벌인 결과 부적절한 사건 처리가 확인됐고 결국 감사까지 들어간 상태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간의 특별장학이 진행됐는데요, 크게 세 가지의 문제점이 확인됐습니다.

학교폭력 사건은 24시간 내에 교육지원청에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숭의초등학교는 22일이 지나서야 보고를 했습니다.

사건 조사를 위해 즉시 구성해야 하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도 뒤늦게 구성됐고요, 피해 아동이 사건 발생 일주일 후부터는 등교를 하지 못할 정도로 폭행의 심각성과 고의성을 주장했는데도, 별다른 보호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교육청은 감사에 나섰는데, 핵심은 재벌 회장 손자 등이 연루된 이 사건의 진상이 의도적으로 축소, 은폐됐는지에 맞춰질 전망입니다.

피해 아동 측도 지난 주 금요일 학폭위 결과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는데요, 재심 청구에 대한 결정은 30일 이내에 이뤄지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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