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5일) 마지막 사법고시 시험이 있었습니다. 사법고시 공부하면, 신림동 고시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당연히 이곳도 큰 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김기태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기자>
마지막 사법시험을 치른 40살 이종배 씨. 비좁은 방에서 붙잡고 씨름하던 법전을 하나둘 정리합니다.
20대 중반부터 신림동에서 시험 준비를 시작한 이 씨는 결국 취업을 했지만, 5년 전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종배 : 젊었을 때 생각하면 여기 밖에 생각 안 나요. 독서실 가고 공부하고, 같이 공부하던 사람이랑 여러 가지 일들, 또 시험 떨어졌을 때의 좌절감.]
1975년 서울대가 오면서 생긴 신림동 고시촌은 법조인을 꿈꾸는 이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사법시험 폐지가 결정되고 2007년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수험생들은 점차 줄었고, 독서실과 고시원이 빼곡했던 곳엔 신혼부부나 직장인들을 위한 원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부동산 업주 : 예전에는 공동 화장실 쓰고 그랬잖아요. 방 나눠서 잠만 자고 식당도 같이 쓰고,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요.]
고시 학원들은 공무원, 자격증 시험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4천 원 넘는 식권 한 장을 한 끼를 때우던 고시 식당들은 경영난에 시달리고, 고시 서적을 팔던 서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인근 상인 : 서점들이 엄청 힘들었어요. 겨우 이어나가다가 이제 그만뒀죠.]
수험생들의 땀과 눈물을 같이한 신림동 고시촌의 30년 세월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