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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이 어쩌다 '무덤'으로…철새들 죽어 나가는 이유는

<앵커>

경북 안동에는 봄부터 왜가리와 쇠백로가 날아들어 짝짓기도 하고 알도 낳는, 대표적인 여름 철새 서식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철새들이 곳곳에서 죽어나가는가 하면 그나마 살아 있는 철새들도 비실비실합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송성준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왜가리와 쇠백로가 집단 서식하는 경북 안동의 한 야산입니다.

나무 밑동에서 비실거리는 쇠백로 한 마리. 인기척만 느껴도 도망가야 할 새가 바로 코앞까지 다가가도 꼼짝하지 못합니다.

이 쇠백로는 바싹 야윈 채 축 늘어져 있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이내 머리를 바닥에 처박습니다.

[박영옥/낙동강사랑 환경보존회 : 우리가 50마리 정도 (동물병원에) 갖다 줬는데 한 마리도 못 살리고 다 죽었어요.]

둥지는 거의 비어 있고 둥지 주변 곳곳에서 죽어 있는 철새가 눈에 띕니다.

취재진이 촬영하는 도중에도 부화한 지 얼마 안 된 새끼 두 마리가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철새들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건 지난 4월 말. 이 지역 환경 단체가 수거한 철새 사체만도 200마리가 넘습니다.

[이태규/낙동강사랑 환경보존 회장 : 4월 26일부터 (사체를) 주웠거든요. 보름 사이에 150여 마리를 줍고 그리고 간혹 와서 주운 게 220여 마리입니다.]

철새들이 왜 이렇게 죽어나가는 걸까? 국립환경과학원이 조사한 결과, 죽은 철새들에서 아연과 구리, 셀레늄 같은 맹독성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단서는 죽은 철새 주변에서 발견된 먹다 만 물고기들. 철새들이 물고기를 잡아먹는 안동호 상류로 올라가 봤습니다. 호수 바닥 곳곳에 검붉은 기름 덩어리가 눈에 띕니다.

환경단체들은 인근 제련소에서 배출하는 중금속 폐수 때문에 호숫물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농공대학 연구팀이 호숫물을 검사했는데 카드뮴과 셀레늄, 비소 등 1급 발암성 중금속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됐습니다.

환경단체들이 원인 규명을 요구했지만, 안동시와 대구지방환경청 등 관계기관은 철새들의 집단 폐사는 번식기에 나타나는 자연폐사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오염원에 대한 역학조사에는 소극적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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