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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셔틀'에 교장 집 화장실 청소까지…학교 비정규직의 비애

'떡 셔틀'에 교장 집 화장실 청소까지…학교 비정규직의 비애
▲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갈월동 전국학교 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학교 비정규직 직종별 현장 사례 발표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한여름 체감온도가 70도를 넘고 노동강도는 온종일 '100m 달리기' 수준입니다."

22일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직종별 현장사례 발표 간담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과 울분을 쏟아냈습니다.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은 50여개 직종 약 38만명으로, 교육공무직원(학교회계직원) 14만1천여명, 비정규직 강사 16만4천여명, 파견·용역 2만7천여명, 기간제 교사 4만6천여명 등입니다.

급식실, 교무실, 과학실, 도서실, 상담실, 운동장에 이르기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지만 처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노동강도가 가장 세고 큰 위험에 노출된 직종은 대부분이 여성인 급식 종사자들로, 1인당 급식 인원이 많게는 220명에 달해 업무상 재해를 초래하는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가 최근 조사한 '급식실 조리종사자 안전보건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의 67.2%는 '100m 달리기 수준의 힘듦' 상태, 즉 극한의 노동강도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단체급식 조리실에는 각종 화기(火器)와 칼, 가위 같은 위험한 도구가 많고 종사자들은 음식 조리 때 나오는 유해 가스에 장시간 노출돼, 화상과 난청, 열피로, 피부염 같은 직업성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4월에는 K중학교에서 오래 일했던 조리실무사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고, 5월에는 이 학교에 현재 근무하는 조리실무사가 뇌출혈로 쓰러졌는데,조리실의 환풍기와 공조기가 1년째 고장 난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비정규직 급식 종사자는 "한여름에도 위생모, 토시, 고무장갑, 앞치마, 장화, 마스크를 착용해 조리 종사자들의 체감온도는 70도를 넘는다"며 "급식실 내 온도 유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렵게 산업재해 신청을 해도 학교 쪽에서는 개인 실비보험 처리를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4∼5년 전까지 교무보조라 불리던 교무실무사(교무행정사)는 차 심부름과 과일 접대, 떡 돌리기 등 허드렛일에 시달리고, "00양, 00야~" 등의 비하적 호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무실무사가 교장이 이사하는 날 집에 불려가 화장실 등 집 안 청소까지 하는가 하면 교장 딸 결혼식 청첩장에 붙일 주소 라벨을 만드는 일을 한 사례도 공개됐습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이런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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