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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유라 구속영장 기각…정부도 덴마크에 '머쓱'

[취재파일] 정유라 구속영장 기각…정부도 덴마크에 '머쓱'
법원은 지난 20일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3일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보강수사를 거쳐 두 번째 영장을 청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권순호 영장전담판사는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정도 및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 정도를 봤을 때 정 씨가 어머니 최 씨와 공모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귀국 이후 검찰청에 꼬박꼬박 나와 조사를 받은 걸 감안해 보면 도주를 할 우려도 없어 보여 구속을 할 정도는 아니다라는 말로 해석된다.

두 번째 구속영장 기각은 지난 3일 1차 구속영장 기각이 되면서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1차와 크게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범죄수익 은닉'이라는 새 혐의를 더하고 여론전까지 펼쳤지만 검찰 또한 구속을 확신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유라
지금까지 알려진 정 씨의 범죄사실로 볼 때 정 씨가 구속까지 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정 씨가 실제로 어머니 최순실 씨와 범행을 공모했는지, 삼성의 '말세탁' 등 지원에 개입했거나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적극적 공모자'가 아닌 '단순한 수혜자'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주범인 어머니 최 씨가 구속돼 있고 어린 아들까지 입국한 상황에서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의 주장대로 정 씨가 전체적인 삼성 특혜지원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없는 것도 아니다. 몰타 등 제3국으로 도주하려 했던 정황도 공개됐다. 거기에 정 씨가 국정농단 사건을 촉발시킨 대상이라는 점과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해외에서 8개월이 넘는 도피생활을 해 온 점 등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기에 충분히 고려할 만한 요소다. 
 
지난해 10월부터 온 나라를 들끓게 했고 결국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던 이 사건의 시작은 결국 정 씨가 참가한 승마대회에서 시작되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않다. 이후 정 씨의 승마 지원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태가 국정농단 뇌물 사건과 전혀 무관치 않다면 그 과정에서 정 씨의 가담 정도 등에 대해 법원이 보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정 씨는 우리 법무부가 덴마크 사법 당국을 통해 범죄인 인도요청까지 한 인물이다. 덴마크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정 씨를 체포했고, 정 씨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재판까지 벌여가며 구금을 연장하고 신병을 넘겨 줬다. 그런데 국내로 들어오자마자 정 씨가 풀려나면서 우리 정부가 수개월 동안 벌여 온 절차 자체가 머쓱해지는 일이 되어 버렸다.
 
덴마크 사법당국의 체면 때문에 정 씨를 구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국제 사법적 예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으로도 보인다. 덴마크 입장에서는 '애써 잡아서 보내줘도 본국에서 풀어주는 데 한국에 범죄인 인도를 앞으로 해줄 이유가 있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 정 씨가 지금이 아닌 수사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에 송환됐다면 구속영장은 발부되었을지도 모른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범죄사실 외에도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 여론이 어느 정도 반영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이 수십 회 진행됐지만 최근에도 안종범 전 수석의 3차 수첩이 공개돼 최씨의 독일에서의 행적 등 새로운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아직 검찰은 최씨와 관련된 추가 수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씨는 입을 다물고 있고, 박 전 대통령에게 수사협조를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이렇듯 국정농단 수사가 진행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송환 직후 청구된 정유라의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법원의 판단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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