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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무원 시험 기간 단축…'공시생 비용' 줄일까

[취재파일] 공무원 시험 기간 단축…'공시생 비용' 줄일까
지난 17일, 서울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 9급 공무원 시험이 치러졌습니다. 1만 명을 뽑는 데 22만 명 넘게 지원했습니다. 단순 경쟁률만 22대 1. 40세 이상 지원자만 1만 5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안정적인 직장·낮은 근무 강도·연금을 통한 노후 보장…. 공무원은 대한민국 구직자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올해 9급 시험에 지원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만 22만 명에 달한다는 수치가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 시험만 보면…98.2%는 운다
9급 공무원 시험
공무원 시험 합격자는 전체 응시자의 1.8%밖에 되지 않습니다. 98.2%의 사람들이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공시 낭인 생활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17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국정기획위는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기간'에 주목했습니다. 시험 일정이 지나치게 길어서 22만 명의 수험생의 불확실한 처지가 길어진다는 게 문제의식의 출발이었습니다.

국정기획위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 시험기간은 최대 81일 줄어듭니다. 9급은 원서 접수부터 최종 합격자 발표까지 182일에서 111일로 71일 단축하고, 5급 행정직은 296일→215일(81일), 5급 기술직은 331일→260일(71일), 7급은 172일→111일(61일)로 각각 단축됩니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도 민간 직장에 지원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지게 된다고 합니다. 다음 선발 공고가 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기다림의 고통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정기획위 계산에 따르면 한 해 6천억 원 넘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수험 당사자들에게는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지루함과 낙방 시 다음 시험에 대비해야 하는 측면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해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와 채용관리과 인력이 대폭 보강됩니다. 현재 관련 부서 직원 32명이 12종류, 27회의 시험을 집행·관리하고 있는데 숫자를 늘려 업무 속도를 높일 방침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1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늘려 시험 진행의 속도를 높이는 식입니다.

● 시험 방식 변화·근본적 해법도 고민해야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인 공시생들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만큼 성급한 예단은 피해야겠지만, 공시생들의 반응은 생각보단 뜨겁지 않습니다. 실제 공시생 인터넷 카페에선 "채점 기간과 합격자 발표가 빠르다는 거지, 실제론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글도 올라왔습니다. '기간'이 아니라 굳이 볼 필요가 없는 '과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시험 기간을 줄이며 첫 발을 떼었지만, 시험 방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데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겁니다. 결국 돌고 돌아, 결론은 일자리 입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은 일자리'겠죠. 현대경제연구원은 우수한 인재들이 국가 시험에만 몰린 결과 21조 7천억 원이라는 역기능적 기회 비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 원인은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2011년 41만 5천 명이던 신규 취업자 수는 지난해 29만 9천 명으로 줄었습니다. 이 책임은 고용 창출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닻을 올렸습니다. 관련 추경을 국회에 제출하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는 등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내건 일자리 개수는 81만 개입니다. 시험을 치를 때마다 수십만 명의 청춘이 눈물을 흘리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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