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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검찰은 사각지대

[취재파일] 문재인 대통령의 '절차적 정당성'…검찰은 사각지대
사드 배치 논란이 한미 갈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미국의 반발은 표면화되지 않았습니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초반부터 갈등 양상이 불거지는 게 조심스럽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도 어느 정도는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한미 양국 새 정부의 허니문을 위한 정무적 판단 때문이라고만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논리에 미국이 설득당했다는 표현을 사용해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주장했습니다. 사드 배치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사드 배치를 마무리하기 전에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들의 설득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었죠. 미국은 괌에 사드를 배치할 때 무려 23개월이나 환경영향평가를 거쳤다는 사례를 들면서 말입니다. 임기 초반 외교적으로 민감했을 법한 사안을 부드럽게 넘겼습니다. 반박하기엔 미국도 명분이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면 바로 법치주의에 근간한 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일 겁니다. 문 대통령이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던 강력한 논리적 근거도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법과 원칙이라는 민주주의의 근간에 충실하다는 점이 문재인 정부의 최대 장점입니다. 무엇보다도 문 대통령의 오랜 국정 경험이 새정부에 커다란 자산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문 대통령 취임 초 인사도 충격이었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입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적인 메시지도 컸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에 반발해 3년간 한직을 떠돌던 비운의 '칼잡이'를 통해 보여준 반전드라마였습니다. 청와대 기자실에서 나온 이례적인 탄성은 오랫동안 회자될 겁니다.

윤석열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사장 자리로 낮췄습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가 작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만 청와대는 작위적인 인사가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으로 격상돼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며 정치적인 수사로 사회적인 물의를 많이 일으켰기 때문에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검사장급으로 낮췄다는 것입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이었습니다. 파격적인 인사지만 정교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내공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부에 아쉬운 점은 남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절차의 정당성'이 유독 검찰에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임용, 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은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검사장 승진 임명 과정에 검찰인사위원회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이 시급했고 새정부의 집권 과정이 혁명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상적니 절차를 밟을 수 없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비선실세가 아닌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데 뭐가 대수냐는 얘기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공직자의 최종 임명권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맞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명권이 행사되는 과정도  절차에 따라 존중받아야 합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하는 권력이 법을 통해서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인사에 대해 박수치는 검사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정파나 진영논리에 의존해 검찰권을 행사했던 검사가 아니었고 특검 수사에서 보듯 윤석열 검사장의 수사력과 인격은 검찰 내부에서 신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윤석열 검사장의 '영전'으로 새정부가 검찰개혁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인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칫 위정자가 힘의 논리에 의존해 통치행위를 한다는 거부감과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검찰 일각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빌미로 새정부의 인사에 문제를 파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안경환 법무장관 낙마 이후 안경환 후보자의 이혼 판결문을 검찰에서 흘렸다는 청와대 일각의 주장이 기사화된 이후 검찰 내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에서 청문위원에게 판결문을 준게 드러났는데도 새정부에서 의도적으로 검찰을 비도덕적인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검찰개혁의 순수성과 정당성을 보장받고 개혁이 차질없이 진행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원칙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법을 존중하는 겁니다. 개혁의 상대는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검찰입니다. 새정부는 더욱 정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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