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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건부 사과' 받은 강경화…언제쯤?

[취재파일] '조건부 사과' 받은 강경화…언제쯤?

권란 기자 jiin@sbs.co.kr

작성 2017.06.21 10:43 수정 2017.06.21 19: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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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장관이 국회를 찾았다. 취임 이틀 만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특히 강경화를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첨예했기에, 본인으로서는 굉장한 부담감이 있을 터였다. 사실 야당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5대 인사 배제 원칙에 빼도 박도 못하게 들어맞은 인사였기에 더 세게 반발을 했을 것이다. 거기에 대통령이 강 장관의 임명까지 단행하면서, '딴지 걸기'의 주요대상이 되어 버렸다.

새 정부 초기 정국의 어려움을 불러온 장본인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원칙을 무너뜨린 당사자로서, 마음의 짐이 무거웠을 그녀였기에, 국회에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굉장히 궁금했다.

긴장하거나 '쫄아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긴장감보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나눔의 집' 배지 대신 국무위원 배지와 함께 호국의 달 기념배지를 달고 온 그녀는 야당 지도부부터 찾았다. (첫 만남은 심재권 외통위원장이었지만, 공개 일정은 야당 방문부터였다. 청문회 때 달고 나왔던 '나눔의집' 배지는 책상 위에 잘 놔두었다고 한다. 필요할 때 다시 달고 나오겠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난 강경화 외교장관야당 중에서도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만난 그녀는 외교 무대에서 명성을 떨친 인사답게 먼저 악수를 청하며 허리를 숙여 인사부터 했다. 환하게 웃으며 먼저 꺼낸 말은 '사과'였다.

"저의 부족하고 미진한 점 때문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한껏 자세를 낮추었다. 주 원내대표도 약간 멋쩍어 보였다. "그동안 안 된다고 그렇게 반대를 했는데, 만난다고 하니까 이상한가?"라며 웃었다. 강 장관을 탓하기 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 5대 원칙에서 어긋났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며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도 강 장관의 자질 문제를 다시 거론했고, 청와대의 외교 간섭에서 벗어나 외교장관으로서 제대로 주도권을 잡아달라고 압박 아닌 압박을 넣었다.

국민의당은 김동철 원내대표에 이어 박주선 비대위원장까지…강 장관은 특히 국민의당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었다. 빗발치는 야당의 비난 속에서도, 다른 야당에 비해 약간은 낮은 강도로 대응했었기 때문이었을까. 강 장관은 국민의당 지도부를 2명이나 만났다. 비공개 면담도 20분 가까이했다. (바른정당 비공개 면담은 10분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야 3당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자진사퇴 또는 임명철회까지 요구했던 자유한국당이 강 장관과의 만남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낙연 총리도 만나지 않았는데, 장관을 만날 수 있겠냐는 입장을 내세웠다. ‘일방적으로 임명한 장관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강 장관은 "오늘은 기회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극렬히 반대했던 야당을 만나러 오면서 떨리지 않았냐"고 묻자, "겸손한 마음으로 왔다"고만 답했다.  

강 장관은 오후 2시쯤부터 5시까지 3시간 남짓 국회에 머무는 동안 외통위원장, 바른정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까지 차례로 만났다. 혹시 자유한국당에 들르지는 않을까 따라다니며 살폈지만, 원내대표 방에 들른다거나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이미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었는지, 더 이상 진전은 없을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는지, 따로 시도는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청문회부터 지켜봤던 ‘국민 한 사람’의 입장으로 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본인의 말대로 '물의를 빚은 당사자로서'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문전박대'를 당하더라도 정우택 원내대표 방의 문을 두드려봤으면 어땠을까. 정치인이었다면 일종의 '보여주기식 문전박대'를 감내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국무위원으로서는 오히려 부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굳이 더 나아간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던 걸까.

강 장관은 한미정상회담과 G20 등 당장 코 앞에 닥친 과제들을 잘 마무리한 뒤 다시 국회를 찾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자주 찾아오겠다고 덧붙였다. 국제 분야에서는 경험이 많지만, 국내 문제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국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야당 지도부에 '지도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드러났던 도덕성과 자질 부족 문제를 덮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도 함께 하였다. 비고시 출신, 유리천장을 깬 인사로서 '외교부 쇄신'도 거듭 강조하였다. 

과연 그녀가 다시 국회를 찾을 때에는 어떤 반응을 얻을 수 있을까. 그때는 자유한국당도 흔쾌히 만나줄 수 있을까. 아니면 이번에 만났던 야당도 등을 돌리게 될까.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만남에서 강 장관에게 '조건부 사과'를 건넸다. "야당의 우려가 기우였다는 걸 보여달라. 그러면 그때는 사과하겠다."

과연 강 장관은 야당의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그 시점은 언제가 될 수 있을까. 파격 인사 중의 ‘파격’으로 꼽히고 있는 강 장관이 파격 ‘사과’까지 받을 수 있을까. 백팩을 메고 그랜저 대신 검정색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 관용차를 타고 국회를 나서는 강 장관의 뒷모습에 궁금증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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