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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세' 김지현, "LPGA요? 이 나이에 무슨…"

[취재파일] '대세' 김지현, "LPGA요? 이 나이에 무슨…"
"메이저 챔피언 되니 부르는 곳 많아 피곤해도 기분은 최고"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한화금융클래식…메이저 2연승하면 완전 대박"
"미국 진출은 NO…20대 후반에 LPGA 가기는 너무 늦은 듯"
 
2007년~2008년 신지애, 2009년 서희경, 2010년 이보미, 2011년~2012년 김하늘, 2013년 장하나, 2014년 김효주, 2015년 전인지, 그리고 2016년 박성현까지 최근 10년간 한국여자프로골프, KLPGA 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선수들입니다.

이들은 예외 없이 해외 투어(미국 LPGA, 일본 JLPGA)로 진출했습니다. 또 이들 가운데 이보미와 김하늘, 장하나를 제외하고 모두가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투어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7승을 올리며 국내 투어를 평정했던 '대세' 박성현이 미국으로 떠나자, 스타 기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는데 올해도 그런 우려는 역시 '기우' 였음이 드러났습니다.
 김지현
매년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한 '화수분'  KLPGA 투어는 김지현이라는 또 한 명의 스타를 탄생시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지현은 다른 선수들과 다른 차별화된 스토리로 색다른 매력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동안 투어의 '대세'로 불렸던 선수들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이나 일본으로 떠난 반면, 올해 26살로 투어 데뷔 8년 만에 첫 우승의 물꼬를 튼 뒤 두 달도 채 안 돼 3승을 쓸어 담은 김지현은 '대기만성'형 스타로  미국 진출은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LPGA  출전은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할 생각이에요. 제가 아무래도 나이고 있고 20대 초반에 나가는 거랑 20대 후반에 나가는 건 다르잖아요. 저는 비행기도 오래 못 타요. 2시간 이상 타면 어지럽고 멀미 나거든요(웃음). 일본이라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해 보고 싶어요."

김지현은 지난 4월 30일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투어 데뷔 125경기 만에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감격에 겨워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인터뷰를 이어가 보는 사람들까지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6월 11일 제주에서 열린 S-OIL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더니 바로 한 주 만에 내셔널 타이틀 대회이자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마저 역전 우승으로 석권하며 올 시즌 처음으로 2주 연속 우승과 3승을 달성했습니다. 시즌 누적 상금도 5억8천만 원을 넘어 김해림(4억1천7백만 원)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메이저 퀸'에 등극하고 밤늦게까지 축하 모임에 참석했다가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계속 스케줄이 이어졌다는 그녀는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최고라며 인터뷰 내내 행복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고요, 자고 나도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그냥 실실 웃음만 나와요 하하. 어젯밤에 팬 분들이랑 같이 저녁 식사했는데 많이들 오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또 식사 이후엔 제 스승님이신 안성현 프로님과 매니지먼트사 스포티즌 식구들, 그리고 용품사 캘러웨이 식구들 만나고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갔어요. 잠은 6시간 정도 잔 것 같아요. 메이저 챔피언이 되니까 정말 할게 되게 많더라고요. 인터뷰도 더 많이 하고 인사도 더 많이 다니게 되고 이래저래 몸은 피곤한데 그래도 기분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취재파일] '대세' 김지현,  'LPGA요? 이 나이에 무슨..
Q. 이번에도 축하 메시지 많이 받았나?

"첫 우승 때만큼 많이 받았어요. 선배 언니들도 '이제 스타 돼서 같이 만날 수 있겠어?' 이렇게 장난도 치더라고요."

Q. 김송희 언니한테 빌린 퍼터로 3승 했는데…이쯤 되면 '행운의 징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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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퍼터인 것 같아요. 작년 가을에 송희 언니를 만나서 같이 연습라운드 했던 게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 날 이후로 제가 언니 퍼터를 잡아보고 좋아서 쓰게 됐으니까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그 퍼터는 저한테 아주 감이 좋기 때문에 전혀 바꿀 생각은 없고 앞으로 몇 년은 더 쓰고 싶어요. 언니한테는 제가 첫 우승하고 나서 똑같은 퍼터를 구해서 드렸어요. '신상'(신제품)으로.(웃음)"

Q. 첫 우승의 물꼬를 어렵게 트더니 최근 8개 대회에서 3승을 몰아쳤는데 비결은?

"샷도 샷이지만 퍼트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작년 재작년 보다. 그것 때문에 자신감도 많이 생겼어요. 제가 항상 퍼트할 때 임팩트 후 손이 끝까지 안 나가서 홀에 미치지도 못하고 짧은 퍼트가 많았었는데 요즘엔 그런 퍼트가 거의 안 나와요. 그래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 같아요. 

또 퍼트 스타일도 좀 바꿨어요. 제가 원래 공에 그어진 선을 퍼트 라인에 놓고 치는데, 퍼트가 너무 안돼서 변화를 줘 봤어요. 첫 우승한 그 대회부터 선을 안 놓고 한번 쳐 봤어요. 그런데 그 때부터 신기하게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그 대회 이후로 이제는 퍼트할 때 오로지 감으로 쳐요. 제 감을 믿고 홀을 향해 마음 속으로 가상의 선을 그리죠.

또 제 몸에 근육량이 많아졌어요. 작년엔 몸이 너무 힘들어서 살도 찌우면서 운동도 정말 많이 했어요. 지난 겨울부터 한화골프단에서 전담 트레이너를 지원해 주셔서 체력 운동을 거의 매일 하고 있어요. 제 몸에서 약한 부분들 보완하기 위한 운동인데, 길게는 안해요.

등과 코어 부분 중심으로 짧고 굵게 하는데  체력이 좋아지니 확실히 거리가 늘고 샷이 안정돼더라고요. 드라이버는 15야드 이상 거리가 더 나가니까 그 다음 샷을 한 클럽 짧게 잡아요. 제 골프의 장점은 아이언 샷인데 한 클럽 더 짧게 잡으니 핀에 더 가까이 붙일 수 있어서 버디 기회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내셔널타이틀까지 차지하면서 올해 목표는 다 이뤘다고 했는데 남은 시즌 꼭 우승하고 싶은 대회가 있나?

"(목에 힘주면서) 있죠. 제 스폰서 대회, 한화 금융클래식인데요 올해는 특히 메이저로 승격 됐잖아요. 아무래도 스폰서 대회라 더 욕심이 나요. 그 대회까지 우승하면 메이저 2연승인데 정말 대박나지 않을까요?(웃음)"

Q. 이제 김지현이라는 이름 앞에 '대세'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손사래 치면서) 제가 얼떨결에 메이저 타이틀을 얻게 됐지만 아직까지 대세 소리를 들을만한 실력이 되진 않은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한 점도 많고요. 조금 더 승수가 쌓이면 그런 소리를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Q. 나중에 결혼해서도 선수 생활 오래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임신 7개월에 출전한 양수진 프로 보면서 어떤 느낌 들었나?

"배가 많이 불렀더라고요. 더운 날씨에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을 텐데 대회에 나와서 경기하는 모습 보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으면 안 나왔을 것 같아요. 힘들어서(웃음)."

김지현은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KLPGA 투어 2017시즌 개막전 현대차이나여자오픈부터 13개 대회에 빠짐 없이 출전했습니다. 피로 누적으로 오른쪽 발목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그녀는 이번 주 대부도 아일랜드 CC에서 열리는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에도 출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주 대회는 일단 예선 통과가 목표고, 앞으로는 계속 톱10만 하자는 생각으로 치고 싶어요. 한화 대회만 빼고요. 그 대회는 제가 정말 꼭 우승하고 싶거든요."

인터뷰를 마치고 다음 약속 장소로 향하던 그녀는 뭔가 잊은 듯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외쳤습니다.

"대부도에 오실 거죠? 대회장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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