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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책 도둑' 잡고 보니…생활고 시달린 장수 고시생

<앵커>

서울 신림동 고시촌 일대 독서실을 돌며 책을 훔친 3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8년 동안 행정 고시에 8번 떨어진 뒤 생활고에 시달려온 이른바 '장수 고시생'이었습니다.

김기태 기자입니다.

<기자>

여러 해 동안 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고시생들의 고충은 공부에 대한 부담감만이 아닙니다.

[고시생 A : (어떤 점이 제일 힘드신가요?) 경제적인 것? 타지에서 올라와서 혼자 사니까. 집에 손 벌리기도 좀 죄송하고.]

[고시생 B :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입장이니까 그게 마음이 쓰이죠. 나이는 점점 먹어가는데.]

33살 김 모 씨는 23살 때 지방대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와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31살이 되도록 8번 시험을 치렀지만, 모두 낙방했고, 가족의 생활비 지원도 끊겼습니다.

이후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살다 고시 책을 훔쳐 판 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이종현/관악경찰서 강력2팀장 : 부모하고 사이도 좋지 않았고. 부모의 지원이 거기서부터 끊어져서 생활고를 겪으면서 지인들한테 조금씩 돈을 빌려 쓰다가….]

김 씨는 신림동 일대 독서실에서 지난 1월부터 17차례, 고시 책 54권과 휴대전화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험생들이 고시 책이 무거워 책상에 놓고 다니는 걸 알았던 겁니다.

[독서실 총무 : (학생들이 책을 책상에 올려놓고 다니나요?) (도난 이후) 서랍이나 사물함에 넣고 잠그는 사람도 있고.]

한 권당 1~2만 원을 받고 고시원 주변 서점에 팔아 생활비로 썼습니다.

경찰은 훔친 책을 사준 서점 주인 5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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