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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순식간에 화염 휩싸인 고층 아파트…우리나라도 '안전지대' 아니다

[리포트+] 순식간에 화염 휩싸인 고층 아파트…우리나라도 '안전지대' 아니다
현지 시간으로 14일 새벽, 영국 런던 서부 화이트 시티에 있는 한 고층 아파트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새벽 1시쯤 2층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꼭대기까지 번지며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영국 경찰은 이번 화재로 지금까지 최소한 12명이 숨지고 70여 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부상자 중 18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 실종자가 많고 수색이 끝나지 않아 피해 규모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런던 아파트 화재를 보며 24층 고층 건물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원인은 무엇인지, 고층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는 안전한지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 같은 궁금증을 전문가의 답변을 통해 정리해봤습니다.

■ 120여 가구 입주한 런던 아파트…피해 커진 이유는?

화재가 발생한 런던의 24층 아파트에는 12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평소 4백 명에서 6백 명이 거주해 왔다는 증언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늘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잠든 새벽에 불이 나급속도로 번진 만큼 고층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피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현지 언론은 아파트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1974년 완공된 아파트가 5년 전 리모델링 하는 과정에서 가열성 단열재를 사용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강화된 건축법을 적용받아 당초 우려됐던 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연돌효과
건물 내·외부 온도 차 때문에 불이 위로 빠르게 번지는 '연돌 효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연돌 효과는 특히 고층빌딩일수록 강하게 나타나는데, 비상계단이나 승강기 등이 굴뚝과 같은 긴 수직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김형두/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
"굴뚝 효과, 연돌 효과라고 그러는데, 아래층보다는 위층이 기압이 낮을 거 아닙니까. 온도가 높다 보니까. 순식간에 화염이 상부로 번지게 됩니다. 또한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라 소화설비나 경보설치가 미흡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 설치를 했더라도 인명 피해가 컸다는 점으로 미뤄 작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유사한 사고 속출, 우리나라도 방심할 수 없다

화재가 발생한 런던 아파트의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외벽 방염공사를 마쳤지만 대형 화재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런던 고층 아파트 화재와 비슷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 건물 화재 사례
지난 2015년 1월, 경기도 의정부의 한 아파트 주차장 1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5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화재 발생 시간은 주말 오전 9시쯤으로 잠자고 있던 주민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0년 10월에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층 주상복합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화재는 4층에서 시작된 불길이 20분 만에 38층까지 번졌습니다. 당시 화재가 난 건물 외벽은 인화성 페인트와 가연성 자재여서 불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런던 화재와 마찬가지로 불이 났던 현장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 오래되고 밀집된 아파트 많아…예방에 신경 써야

우리나라는 건축법에 따라 층수가 3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120미터 이상을 고층 건축물,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미터 이상이면 초고층 건축물로 분류합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층건물 화재가 2014년 107건(초고층 11건), 2015년 107건(초고층 8건)에서 지난해 150건(초고층 8건)으로 증가했습니다.

올해도 6월 현재 57건(초고층 1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10년 부산 고층 주상복합 오피스텔 화재 이후 고층 건물 외벽에는 난연재, 불연재 소재를 쓰도록 법령이 개정됐습니다.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가 또 발생하자 2015년 말부터 6층 이상 건물도 외벽에 불연재나 난연재를 쓰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에 오래된 아파트가 많고 단지 형식으로 밀집된 경우가 많아 화재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백동현 / 가천대 소방공학과 교수]
"우리나라도 화재로 인한 대형 재난을 방심할 수 없습니다. 화재 예방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편이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화재 발생시에는 저층이든 고층이든 비상구를 통해 아래층으로 대피하셔야 합니다. 소화기 사용법을 익히고 경보 시설도 제대로 동작하도록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공하성 /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외벽에 불연재 등을 쓰지 않고 2010년 이전에 세워진 고층건물과 2015년 이전에 들어선 저층 건물이 얼마나 많습니까? 시민 모두 소방에 관심을 두고 초기 대응을 잘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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