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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라, 주인 운명 따라'…주방기기의 슬픈 여행

<앵커>

최근 소규모 창업 인구가 늘면서 주방기기 중고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그만큼 외식업이 유행에 민감해졌기 때문인데, 드나드는 물품마다 자영업자들의 기대와 한숨이 섞여 있습니다.

심우섭 기자입니다.

<기자>

이 작은 튀김기는 요즘 이 동네 최고 스타입니다. 가스가 아닌 전기로 온도를 척척 맞추며 하루 천 개 넘는 핫도그를 튀겨 냅니다.

[박지성/중학생 : 빵도 있고 소시지 있고 치즈 있고 저희가 좋아하는 음식 다 있는데 지나갈 때마다 사 먹게 돼요.]

석 달 만에 똑같은 튀김기 7백 대가 전국 각 점포에 배치돼 옛날 핫도그 붐을 다시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주방기기의 상황은 우울합니다. 타이완에서 온 이 오븐은 당분간 빵을 만들지 않습니다.

한때 뜨거웠던 타이완 카스테라 열풍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자 가게는 폐업 절차에 들어갔고, 오븐은 이곳 '재활센터'로 보내졌습니다.

중고 창고엔 이미 같은 신세 동료들이 수두룩합니다.

미국에서 온 벌꿀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 이탈리아산 고급 커피 머신은 1년 사이 두 번이나 주인과 작별했습니다.

요즘 슈크림 인기가 올라간다는 소식에 독일에서 온 이 오븐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김대현/중고주방기기 업체 : 2년이나 3년 있다가 (한 가게가) 폐업되고 물건이 들어오잖아요. 그러면 또 다른 게 창업이 됩니다. 이게 돌아가요, 계속 돌아가기 때문에… ]

프랜차이즈만 따져봐도 지난해 4만 천여 곳이 개업했지만 2만 4천여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하루 114개 점포가 새 간판을 올리고 66개가 폐업한 셈입니다.

[김정훈/창업 컨설턴트 : 프랜차이즈든 개인 창업이든 간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창업 컨설턴트 그 매장만의 콘셉트, 서비스, 차별화된 포인트를 지속 개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얼마나 버티느냐가 성공의 척도가 된 외식업계. 주방기기의 슬픈 여행은 언제쯤 끝날까요.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이승진,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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